한국에서 공동묘지는 우리 동네엔 절대 들어서면 안 될 대표적인 ‘님비’ 시설로 취급받지만 페르 라셰즈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파리의 명소다. 찬란했던 벨 에포크 시절 꿈을 찾아 파리로 몰려든 예술가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물론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이 문화 예술 콘텐츠만은 아니다. 미국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은 실리콘밸리는 다른 차원의 경쟁력을 갖췄다. 혁신 콘텐츠다. 세계적인 도시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혁신이 일어나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도시의 3대 조건으로 ‘3T’를 들었다. 기술(Technology)·관용(Tolerance)·인재(Talent)가 그것이다.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을 갖춘 도시에 다양한 인재가 몰려들어 창의성이 싹트고, 기술이 발달하고 인재가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플로리다 교수의 이론은 동북아시아에서 서울의 경쟁 도시로 꼽혔던 홍콩의 몰락에도 적용할 수 있다. 홍콩은 오랜 기간 아시아의 중심지였다. 금융은 물론 무역, 교통, 관광,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하지만 2020년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중국의 규제 탓에 자유와 관용을 잃어버린 홍콩은 인재와 기업들이 빠져나가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세계 총생산의 70%가 도시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있다. 교통과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국경이 흐릿해지면서 앞으로 국가보다 도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메가시티’론에 불이 붙었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도시 서울의 경쟁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마침 서울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인재와 기업이 몰리는 글로벌 도시 서울을 키워내기 위한 전략의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몸집만 키워서는 도시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콘텐츠와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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