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인도네시아 신규 노선 운항 계획 차질로 애를 먹고 있다. 기대했던 운수권(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중장거리 노선을 늘리기 위해 항공기를 잇달아 도입한 LCC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LCC는 올해 인도네시아 노선 운항 계획을 접을 판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항공회담이 최근 결렬됐기 때문이다. 올 연말 양국의 회담이 다시 잡혀 있지만, 연내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노선은 국내 모든 LCC가 눈독을 들여왔다. 현재 국내 LCC가 보유한 비행기로 운항할 수 있는 사실상 최장 거리 노선이기 때문이다. 발리 등 유명 관광지가 있을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이 대거 진출했다는 이점이 있다. 호주 경유가 쉽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중·단거리 노선만 집중 공략해 온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은 연말 인도네시아 출항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마나도와 바탐에 전세기를 띄웠다. 신규 도입한 항공기 B737-8로 신규 노선을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인도네시아 당국과 맺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항공회담 이후 운수권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었다. 꾸준히 장거리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온 티웨이항공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운수권조차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 외 다른 국가에선 중장거리 운수권을 어렵게 따놓고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티웨이항공은 국내 LCC 최초로 동유럽 크로아티아 운수권을 땄지만, 전쟁 등으로 예상보다 비행 거리가 길어지면서 한 번도 비행기를 띄우지 못했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해 지난해 A330-300 3대와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B737-8 항공기를 도입했지만 계획이 틀어지면서 방콕, 싱가포르, 오사카 등 기존 인기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운수권 확대가 이뤄지면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항공기를 도입했는데 너무 아쉽다”며 “신규 취항을 통한 노선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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