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3차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현역 의원 20% 공천 배제’ 원칙을 넘어서는 제도를 마련했다”며 “이를 위해 엄격한 현역 의원 평가 방안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비율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20% 이상의 현역이 교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나이가 낮을수록 공천 심사에서 가산점을 부여해 청년의 정치 참여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마련됐다. 배 부총장은 “획일적인 가산점 부여 대신 청년을 연령대별로 나눠서 가산점을 줄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혁신위도 비례대표 명부 당선권에 45세 미만 청년을 50% 의무 할당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량 평가 비중을 크게 높인 시스템 공천 역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낙하산 공천이 불가능하도록 평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배 부총장은 “경쟁력을 평가하고 당무감사, 도덕성 평가 등 정량평가를 최대로 해서 특정 인사에 대한 끼워서 맞추기식 공천 심사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혁신위 제안을 적극 수용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다만 민감한 부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혁신위가 띄운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수도권 출마·불출마에 대해선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의 어려운 곳에 출마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대상으로 꼽히는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이 지역구 사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당과 혁신위 간 갈등이 고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본격적으로 ‘현역 물갈이’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현역 교체율이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쇄신 폭이 될 수 있다”며 “양당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은 현역 의원에 대한 선출직 평가를 거쳐 하위 10% 그룹은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장윤미 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은 “현역 의원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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