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혜민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23일 '승리를 향한 빌드업'이라는 제목의 2024년 제약·바이오 연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신약승인 증가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초체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업계가 미국 FDA승인을 가장 많이 받은 해는 2019년 9개였으며 이후 연평균 1~2개만 승인받았지만 2024년엔 5개, 2025년엔 3개 이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초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1분기 휴젤의 레티보, 5월엔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을 비롯해 아일리아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등의 FDA승인이 예상된다. 이밖에 한올바이오파마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L161, 대웅제약의 나보타 등은 중국 승인이 전망된다. 또 간암과 폐암에서 1차 치료제로 승인 예정인 리보세라닙(2024년)과 렉라자(2025년)가 있으며 연매출 21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메가블록버스터 키트루다로 추정되는 SC제형의 미국 승인도 202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 책임연구원은 "제품의 타깃 시장이 1차 치료제로 과거 승인 제품들보다 더 크고 항암제로 매출 성장 속도 또한 빠를 것으로 추측된다"며 "2024년 승인 제품들은 보험사 등재와 판매망 확충 등을 거쳐 2025년 이후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IRA가격 협상과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 영향으로 후기 파이프라인 도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미국에선 IRA에 따라 의료비용을 낮추기위한 약가 인하 협상이 진행될 예정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상이다. 2030년까지 총 60개 의약품이 약가 협상대상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또한 2030년까지 2360억달러에 달하는 190개 약물 특허가 만료되며 이중 69개가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머크의 키트루다, 리제네론의 아일리아, J&J의 스텔라라, 릴리의 트룰리시티, BMS의 옵디보, 일리퀴스, 레블리미드 등이 모두 10년 안에 특허가 만료된다.
허 책임연구원은 "머크와 리제네론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키트루다와 아일리아가 특허만료될 예정이며 BMS와 애브비는 한 개 이상의 블록버스터가 특허만료되기에 더욱 실적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2026년부터 IRA로 인한 의약품 약가 인하와 2027~2029년 특허 절벽으로 글로벌 제약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이 전망된다"며 "이들은 2024년 활발한 기술도입과 M&A가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합산 연구·개발(R&D) 투자금액도 올들어 서서히 증가해 지난 9월 누적 기준 1236억달러로 2022년 연간 금액을 넘어섰다. 허 책임연구원은 "금리가 안정화되고 바이오텍의 자금조달이 수월해지기 전인 지금이 빅파마가 기술을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된다"며 "올해 글로벌 바이오업계 기술 거래는 지난해와 유사했지만 내년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준 기술 수출 건수는 올들어 11월까지 11건으로 2022년 연간 거래건수(9건)을 넘어섰다. 올해 기술거래의 특징은 계약금 비율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공개(IPO) 건수와 공모금액은 현재까지 9건, 1500억원으로 지난해(13건, 3500억원) 대비 급감했다.
보고서는 어려워진 신약 환경에 한국 바이오업계가 강한 약물전달시스템(DDS)가 부각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허 책임연구원은 "DDS는 기존 원료를 변경하지 않아 비교적 수월한 규제를 적용 받고 신약 개발 기간의 3분의 1수준의 개발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며 "특허보호와 신약 수준의 가격으로 수익성 개선의 장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DDS의 사례로는 피하주사(SC), 지속형, 항체약물접합체(ADC), 경구, 뇌혈관장벽(BBB) 등이 있으며 키움증권은 지속형제제의 강자로 한미약품을 추천했고 SC제형 신약 보유한 셀트리온과 SC제형 플랫폼 알테오젠, ADC 개발사 레고켐바이오, 장기 지속 가능한 RNA 생산 강자인 에스티팜 등을 관심종목으로 내걸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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