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올해 전국에 보급된 배달용 전기 이륜차 숫자다. 환경부가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출고 대수를 11월 23일까지 집계한 것이 이 정도다. 2025년까지 배달용 내연 이륜차 3만3400대를 전기 이륜차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서울시의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올해 배달용 전기 이륜차 신청 대수는 ‘제로’다.
배달업계의 탈탄소 전환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약 50만 명으로 추산되는 배달 라이더들이 전기 이륜차를 꺼리는 탓이다.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 정책’은커녕 기본적인 인프라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중 확대를 위한 보조금 추가 지급이나 별도의 인센티브는 계획되어 있지 않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배달용으로 보조금을 받으려면 접수일 기준 유상운송보험을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며 “배달 라이더 중 전기 이륜차로 바꾸려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배달 플랫폼·배달 대행업체들 또한 전기 이륜차 도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라이더에게 지급한 전기 이륜차는 총 40여 대에 불과하다.
배달 대행 브랜드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로지올은 배달용 전기 이륜차 도입에 나섰지만 영업 중인 배달 라이더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로지올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 대다수가 특정 플랫폼에 소속되지 않고 자영업자처럼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전기 이륜차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7월 자회사 ‘딜리버리앤’을 출범하며 직고용 라이더 전원에게 전기 이륜차를 지급했다. 출범 직후 100명 채용을 예상했지만 현재 인원은 30여 명 정도로 알려졌다. 전업 배민 라이더가 대략 45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배터리 교환소다. 기존의 충전식 전기 이륜차는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70~80㎞에 불과하다. 하루에 150㎞ 이상을 운행하는 전업 배달 라이더라면 하루에 최소 1회 이상 충전해야 하는 셈이다.
이륜차 제조업체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배터리 교환형 전기 이륜차다. 하지만 전기 이륜차 업체 간 배터리 호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격화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소와 같이 동사무소나 구청 혹은 다른 공공부지에 설치가 어렵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도 뒤늦게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12월 공용 교환형 전기 이륜차 배터리팩 KS표준을 제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표준에 부합하는 전기 이륜차 충전 시스템을 보급하는 업체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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