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호실적' 겹경사에도…셀트리온 목표주가 왜 이럴까?

입력 2023-11-24 08:00   수정 2023-11-24 08:42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 후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기업인수가격배분(PPA) 상각'이 합병 뒤 주가의 관건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합병의 PPA 상각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0.35% 오른 17만29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5일 저점을 찍고 이날까지 31.18% 상승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 기간 29.49% 올랐다. 두 종목의 상승률 모두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4.63%)를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각각 1444억원어치, 1031억원어치씩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건 합병에 대한 기대감과 호실적 덕분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8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연내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의약품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해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1개월 전 9055억원에서 최근 9448억원으로 개선된 것도 주가에 긍정적 영항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종목의 목표주가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합병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두 종목의 목표주가를 올린 애널리스트 리포트는 전무하다. 가장 큰 이유는 PPA 상각이다. PPA 상각은 회사가 타법인을 인수할 때 영업권, 브랜드 가치 등에 대해 웃돈을 얹어주고 나중에 이를 상각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합병에 따른 PPA 상각 규모를 지금으로서는 추정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인수 완료 뒤 회사가 구체적인 상각 규모를 산정해 공개해야 목표주가 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PPA 상각으로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합계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사례를 보면 이때 발생한 PPA 상각 규모가 3조원이 넘는데 이를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며 "상각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 반영한다면 분기당 400억~500억원 정도로, 1년 이상 계속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수천억원 규모의 PPA 상각이 필요할텐데 이를 단기간에 다 반영할지, 장기간 나눠 반영할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어서 지금으로서는 '12개월 목표주가'를 산출하기가 어렵다"며 "두 법인이 갖고 있는 제품 재고의 원가율이 다른데, 합병 초기에는 원가율이 높은 재고 자산이 먼저 소진되기 때문에 내년 매출 원가율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변수"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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