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항소심 선고 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이번 판결)은 일본에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이웃 나라다. 위안부 역사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고 역사를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며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 위안부 문제 대응 TF 단장 이상희 변호사는 우선 일본의 자발적 이행을 촉구하겠다면서 강제집행 등의 절차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더 이상 한국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어서 마지막 수단으로 제기한 소송"이라며 "피해자들이 더는 법밖에 있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는 온전한 시민권자라는 확인받은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강제집행 등 절차에서 국가변제 법리가 또 있다. 국제 사회가 일본에 자발적 사죄와 이행을 촉구하는 데 이 판결을 활용할 것"이라며 "강제집행 등의 절차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변 TF의 권태윤 변호사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도 판결을 통해 확인된 피해자의 권리 행사에 협조하고 일본에 대한 적극적 진실 규명과 사과 요구를 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견에 동참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여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임을 다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국제 인권법의 인권 존중 원칙을 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군 성노예제와 같이 반인도적 범죄 행위의 경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보편적 인권 존중의 원칙을 '국가면제'(주권면제) 항변 보다 앞세워야 한다는 명쾌한 선언"이라며 "전 세계 법원들이 보호할 수 있는 인권 보호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법 민사33부는 이날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각하 판결을 취소하고 1인당 2억원씩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21년 4월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들어 소송을 각하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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