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만큼 학계와 관계를 두루 거치며 거물급 커리어를 쌓은 사람도 흔치 않다. 28세에 하버드대 역사상 최연소 종신교수가 됐고, 40세 이하 최고 경제학자에게 주는 클라크 메달을 38세에 받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는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는 하버드대 총장으로 일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국가 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박사과정 때 서머스의 지도를 받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학 전 분야를 망라하는 박식함을 지닌 분”이라고 평했다. IT 분야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결제회사 ‘블록’을 포함해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 ‘도마홀딩스’, 소프트웨어 기업 ‘스킬소프트’ 이사를 지냈다. 2011년부터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특별 자문역도 맡고 있다.
서머스는 올트먼이 챗GPT를 공개한 초기부터 챗GPT가 인쇄술, 전기, 바퀴, 불에 필적하는 위대한 발명이라고 극찬했다. 두 사람 모두 유대인이란 끈끈함도 있다. 서머스는 미국 최고 경제학 명문가 출신이기도 하다. 큰아버지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현대 경제학의 거장’ 폴 새뮤얼슨, 외삼촌이 51세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다. 외환위기 때 한국의 구제금융에 관여한 ‘미 재무부 유대인 3인방’(로버트 루빈 장관, 서머스 부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차관보) 중 한 명이다.
서머스는 오픈AI에서 두터운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공지능(AI) 규제 외풍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고 석학과 대학 중퇴자가 협력해 AI 진보에 어떤 발자국을 남길지 주목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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