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의 최대 경합지역인 6개 주 중 5개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면서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트럼프가 재집권할 공산이 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트럼프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 제품에 최소 10%의 관세 부과와 함께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모든 교역 상대국에 대해 무역적자가 해소될 때까지 관세를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관세 인상 및 무역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대표적인 무역 상대국은 기존의 중국에 더해서 한국, 독일, 일본이 자주 거론된다. 특히 이 네 나라 중에 유일하게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에 대해 트럼프는 여러 차례 불만을 나타냈고, 심지어 기존의 한·미 FTA 협정 철회까지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2020년 한국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자 트럼프가 “이미 무역으로 미국 경제를 갉아먹고 있는 한국에 아카데미상까지~ 빌어먹을!”이란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한국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짐작하게 해준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와 예상을 뒤집고 조 바이든이나 제3의 민주당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자국우선주의 정책 측면에서는 트럼프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가 정작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트럼프가 취했던 엽기적인 보호무역 정책과 관세를 철폐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바이든 역시 트럼프가 초래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분쟁해결기구 마비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트럼프도 시도하지 않았던 보호주의적 산업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이 한국 경제에 위협인 가장 큰 이유는 내년 11월 예정된 대선까지 트럼프와 바이든의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 경쟁이 더욱 심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 대한 다양한 대외 위기 요인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커지면서 미국 공화당의 고립주의와 자국중심주의 외교 및 경제 정책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가 높아지자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자국 이익 중심주의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정책 방향이 급속도로 고립주의와 자국중심주의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생존 전략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미국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 독일에 대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다. 한편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산업은 바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결국 우리 경제의 생존 전략은 관세 충격을 버틸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우리 주력산업의 획기적인 기술 경쟁력 제고에 우리 경제의 생존과 명운이 걸려있음을 트럼프가 미리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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