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민정책 패러다임 거주에서 정주로…사회적 포용성이 관건

입력 2023-11-23 18:07   수정 2023-11-24 06:47

정부가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외국 인력을 가족과 함께 정주하게 하는 지역특화 비자 제도를 본격 도입한다. 기존 외국인 이민 정책은 저숙련 인력을 들여와 단기간 일하게 한 뒤 내보내는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고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가족과 함께 사실상 무기한 체류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단순 거주에서 정주로 이민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인구 절벽의 끝에 서 있는 한국에 이민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은 2022년 71.0%에서 2070년 46.1%로 급격하게 감소할 전망이다.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18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은 인구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외국인 인재나 숙련 기능 인력에게 영주권 수준의 비자를 제공하는 지역특화 비자 도입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지역 산업 현장은 물론 학생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대학에도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일부 지역에서 벌인 시범 사업을 통해 외국인의 지역 유입·정착 효과가 입증됐다는 평가다.

이 비자 시행이 효과를 내면 광역 비자 도입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외국인 인재에게 배우자·자녀 초청 등의 비자 특례를 법무부 장관이 부여하는 데 비해 광역 비자는 필요 인력을 지방 주도적으로 선정하고 광역자치단체장이 일부 비자 발급 권한까지 갖는 제도다. 지지부진한 이민청 설립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민 정책은 단순한 노동력 유입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변화를 수반하는 일이다. 이주자가 동료로, 부모로, 이웃 주민으로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이들을 사회적 도구로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과 맞물려 여러 사회·경제적 비용과 문화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민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과 함께 사회통합 관리 등 이민자를 끌어안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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