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 전산 시스템 장애로 곤욕을 치른 정부가 반성문을 내놨다. 이번 장애를 거울삼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로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디플정위원회)는 행정안전부와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를 열었다. ‘정부혁신,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함께’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전시회는 25일까지 사흘 동안 이어진다.
고진 디플정위원회 위원장(사진)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전산시스템 장애는 아픈 일”이라면서도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제도적, 기술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10년 가까이 걸리는 긴 호흡의 정책”이라며 “현재 정부 시스템을 옮기기 전까지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9월 출범한 디플정위원회는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실현 계획을 마련한 뒤 올해 들어 성과 창출을 위해 17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정부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 기반 공공 서비스와 민간 기업의 서비스를 국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기업, 중앙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99개 기관이 참가해 △편리한 서비스 △똑똑한 정부 △안전한 사회 등 세 개 주제로 전시관을 꾸몄다.
AI를 활용해 이용 편의성을 높인 공공기관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한국관광공사는 AI로 개인 맞춤형 여행 일정과 장소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전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업 대상 맞춤형 공공 입찰공고 추천 서비스를,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 비대면 신원확인 서비스를 내놨다.
‘청년 특별관’에선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청년 정책 맞춤형 플랫폼과 AI 취업 지원 서비스를 체험하도록 했다. 수천 개의 청년 정책을 한곳에 모아 개인별 맞춤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와 워크넷에 등록된 이력서 1900만 건, 구인 공고 580만 건을 분석해 취업 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잡케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LG 등 국내에서 초거대 AI를 구축한 주요 기업도 모두 전시관을 마련해 기술 특징과 공공 부문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국민은행, 토스, 뱅크샐러드 등 금융권 기업도 공공 영역과 관련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부대행사로 마련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콘퍼런스에서는 민간 전문가들이 AI를 활용한 공공 서비스 혁신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디플정위원회에서 초거대 공공 AI TF를 이끄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국회와 정부, 지자체가 보유한 문서를 AI가 읽을 수 있도록 가공해 공공분야 특화 초거대 AI를 구축할 방침”이라며 “정부의 정책 입안이 용이해지고 국민도 공공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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