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수소차 충전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수소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이 설비 고장으로 수송용 수소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수소 생산설비 세 개 중 두 개가 고장 나면서 수도권과 중부지역 수소충전소를 중심으로 수소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수송용 수소는 연간 약 3500t으로, 수도권 등 중부지역 수요량의 20∼3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충전소에서 차량들이 3~4시간 대기해 수소를 충전하는가 하면, 여유 물량이 있는 충전소를 찾아다니다가 연료가 떨어져 견인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수소차 충전소 운영사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에 따르면 경기지역 수소충전소 27곳 중 12곳이 수소 재고 부족 등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인천은 8곳 중 3곳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현대제철, 롯데케미칼, SK E&S 등 수소 생산업체와 수소에너지네트워크, 한국가스기술공사 등과 함께 수소 수급 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수소 여유 물량을 전국 각지의 물량 부족 충전소에 공급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수소 공급 부족 현상은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수소 기기 압축기에 문제가 생겨 벌어졌다. 현대제철의 수소 생산기기는 세 개로, 이 중 두 개가 이달 초 고장 나면서 수소 연료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가동 중인 한 개는 내부 공정을 위한 수소 생산 설비다. 수소충전소에 유통하는 주요 기업인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이 현대제철에서 대부분 수소를 공급받고 있어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제철이 제철소에 우선 공급해야 하는 물량이 있어 수송용 수소 공급에 더욱 타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은 이달 일부 수리를 완료할 예정이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돼 수소 대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운영에 들어간 충주 그린수소 생산시설에서 불량 수소가 발생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시설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 일부의 순도가 부족해 이달 초부터 일부 수소 차량에 고장을 일으키면서 해당 생산시설도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소 공급 대책을 소홀히 한 탓에 수소 대란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곳이 한정적이다 보니 소수의 설비라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수소차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소 생산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최근 여러 차례 수소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에도 고유가로 수소 공급량이 감소해 전국 수소충전소에서 수소 대란이 벌어졌다. 수소차에 쓰이는 수소는 대부분 석유 자원에서 나오는 찌꺼기 가스를 활용한 부생 수소이기 때문에 유가 급등에 타격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소 유통 정보 시스템 앱인 ‘하잉’을 통해 실시간 수소충전소 이용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며 “24일 업계와의 긴급 점검회의를 통해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슬기/김형규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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