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빚 없이' 내 집 마련 불가능할까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11-24 06:43   수정 2023-11-24 17:40

미국에선 모기지 금리가 8%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얘기들이 나옵니다. 기존 주택 구매자들은 3%도 안되는 이자를 내고 있어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담보대출이 없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주택 보유자들도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블룸버그통신(Bloomberg)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없는 미국 주택보유자 비중은 2012년에서 2022년에 이르는 동안 5%포인트 증가했다고 합니다. 약 40% 정도의 수준입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은퇴연령에 도달했습니다. 아마 이분들은 현재의 집에서 노후를 보내거나, 해변이 있는 따뜻한 지역으로 이주할 겁니다.

지역에 따라서도 모기지가 없는 주택비중은 차이가 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경우 모기지가 없는 주택이 약 5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모기지가 없는 주택보유자들은 현재의 금리변동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들은 미국 주택가격 상승세를 유지하는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에서 이렇게 대출이 없는 주택보유자들이 늘었던 원인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0년대 초에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대출없는 주택보유자들에게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계속 낮아져 수백만명의 미국 주택 소유자들이 여러 번 재 융자(refinancing)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축도 늘어나 빠른 속도로 대출금을 갚았고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대출이 없는 주택보유자들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5세에서 74세가 가장 많습니다. 280만명에 이릅니다. 다음은 75세 이상으로 120만명입니다. 반면 55세에서 59세는 42만9400명으로 가장 적습니다. 오히려 35세에서 44세의 주택보유자들 중 대출이 없는 경우가 110만명으로 월등히 많습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는데 ‘부모 은행’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세대간 이전은 원활했지만 베이비부머와 MZ세대 사이의 낀 세대의 경우 오히려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담보대출이 없는 자가주택 가구는 줄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적으로 이런 통계가 발표되지는 않으나 2017년 금융연구원의 주간금융브리프를 보면 2016말 담보대출이 없는 자가주택 가구는 57%였습니다. 2012년말(62.8%) 대비해서 5.8%포인트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57%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이지만 불과 5년 사이에 5%포인트가 넘게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담보대출이 없는 자가 주택가구가 50% 이하로 낮아졌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마 주택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내 집 마련에 나선 주택수요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6년 당시 한국도 60세 이상의 경우 담보대출없이 자가주택을 보유한 경우는 무려 76.9%로 나타났습니다. 가구주의 평균 나이는 70.4세였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같이 주택담보대출 없이 주택을 보유한 가구는 대부분 고령층이라는 말입니다.

순수하게 자기자금으로 주택을 보유한 가구들 중 고령층이 많다면, 은퇴 후 소득이 부족한 자가주택 보유자들이 은행의 담보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방식이 아닌 주택연금(역모기지)을 통해 부족한 은퇴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를 수행했던 금융연구원에서도 지적했듯이 더 큰 문제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계속되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따라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담보대출이 없는 주택보유자들이 무리한 투자에 나서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관리도 필요할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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