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안 팔린다.”
출판계, 서점, 작가들이 입을 모은다. 1990년대 출간된 국내 창작 소설 가운데 100만 부를 돌파한 책은 17권이었다. 2000년대에 좀 줄었다고는 하지만 10권이나 됐다. 그러던 것이 2010년대는 <정글만리>(조정래),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단 두 권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서 3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3권의 밀리언셀러가 탄생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1·2>와 함께 <아몬드>(손원평), <불편한 편의점 1·2>(김호연)가 그 주인공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이미예 작가는 기존의 작가들과 다른 순서로 책을 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부산대학교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는 점도 독특한 이력이라 할 만하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19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펀딩을 시작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다. 목표 금액의 1,812%를 달성해 2020년 4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제목의 전자책이 출간됐다. 나오자마자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각광받은 이유는 단연 참신함에 있다. 우리는 엄청나게 즐겁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꿈에서부터 또렷이 기억나는 기분 나쁜 꿈까지 매일 꿈을 꾸며 잠잔다. 그 꿈을 내가 원하는 대로 꾼다면 어떨까. 그러려면 다양한 종류의 꿈을 파는 상점이 있어야 하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상을 소설로 옮긴 것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많은 소설이 우리가 아는 무대에서 등장인물들이 여러 사건을 벌이며 주제를 전한다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판타지로 신비함과 흥미를 유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새로 구축하는 과정 속으로 독자들은 저절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책을 펼치자마자 신입사원 페니와 함께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페니 앞에 펼쳐진 신기한 세상을 독자들도 똑같이 맛보는 것이다.
꿈을 판매하는 곳이니만큼 꿈을 만드는 작가들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장르의 꿈을 만드는 작가들의 독특한 삶과 사고를 지켜보는 것도 경이롭다. 판매점과 제작자가 있다면 이들을 관리하는 관공서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곳을 통해 다양한 민원이 제기되는 것은 마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인양 실감을 안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작가들이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꿈과 그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꾸는 꿈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연을 접하게 되는데, 독자들은 꿈 소비자들의 마음에 감정을 이입해 함께 생각하게 된다.
‘내가 꿈 제작자라면 어떤 꿈을 만들까.’
꿈이란 대개 현실의 반영이라고 하지만 꿈속에서나마 행복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꿈에서 만날 수 있다면, 돌아갈 수 없는 시절로 가볼 수 있다면 등등 많은 상상을 하면서 소설 속 꿈 작가들의 창작에 관심을 쏟게 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따뜻함’일 것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오너 달러구트님, 백화점 터줏대감이라고 할 만큼 오래 근무한 웨더 아주머니는 신입사원 페니를 따뜻하게 대해준다. 각층을 담당하는 유능한 매니저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페니를 북돋워준다. 꿈을 구입한 사연자들의 아픈 마음들이 치유되고, 창작으로 인해 머리 아픈 작가들이 힘든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과정도 따스하다.
‘참신하고 흥미로우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많은 독자를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달려가게 한 동인이리라. 각박한 세상, 책에서나마 꿈속에서나마 위로받고 싶은 이들이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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