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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일부 회원국, 계속되는 감산에 불만
미국산 원유 홍수 속 브라질 캐나다 등 OPEC 비회원국 약진
중국 국영 석유사, 서방 메이저 다 합친 것보다 더 투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담합 카르텔인 OPEC+가 흔들리고 있다. 이들은 이달 26일 열기로 했던 정례 회의를 며칠 전에 전격 연기했다. 오는 30일 열리는 회의는 화상으로 개최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OPEC+는 회의에서 원유 감산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유가는 9월 말 이후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 등 지정학적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약 16% 하락했다. 수요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등은 안 그래도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줄어들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감산을 요구하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도 스스로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지난 7월 OPEC+의 감산과 별도로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했지만 유가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미국을 필두로 카르텔에 가담하지 않은 비(非) OPEC+ 국가들이 원유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어서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캐나다와 브라질도 코로나19 팬데믹 물류대란 이후 유가가 상승하자 생산시설 투자를 늘렸다.
세계 4위 산유국에 등극한 중국
24일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중국은 일일 425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며 비슷한 생산량을 기록 중인 캐나다를 근소하게 따돌리고 4위 자리에 올랐다. 중국은 꾸준한 유전 개발로 2015년께 일일 생산량이 440만배럴에 육박했지만 비슷한 시기 유가가 폭락한 탓에 생산량이 300만 배럴대로 급감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다시 원유 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중국이 생산량을 급격히 증가시킨 것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심해지자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2019년 이른바 "7개년 탐사 및 증산 행동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원유 증산 드라이브를 걸었다. 중국은 1950~1960년대 발견된 다칭, 셩리, 랴오허 등 대형 유전이 대부분 2010년대에 고갈되자 해외 유전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 정책이 바뀌었다. 최근 자국 연안의 노후 유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셰일가스 개발을 활성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중국해양석유천연가스(CNOOC), 중국석유화공(시노펙) 등 중국 에너지기업들의 유전 개발 등 자본적 지출은 약 8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엑손모빌, 셰브론과 영국 쉘, BP, 프랑스 토탈에너지 등의 신규 투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다른 비 OPEC 국가들의 생산 증가세도 무섭다. 미국은 이미 일일 1300만배럴의 원유를 퍼올리며 러시아의 (생산량 일일 약 930만배럴 추정)과 사우디(일일 약 894배럴)을 크게 넘어섰고, 캐나다도 셰일가스 등 유전에 꾸준히 투자헤 일일 생산량이 450만베럴을 넘나들며 중국과 4위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브라질은 최근 심해 유전을 개발하며 원유 생산량 일일 300만배럴을 돌파했다. 2029년까지 중국 캐나다 이라크 등을 제치고 자신들이 4위 자리에 오른다는 계획을 내놨다.
앙골라, 유가 떨어지는 데 생산 제한당하자 불만
중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의 원유 생산이 급증하면서 OPEC+는 담합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달 회의를 앞두고 갈등을 빚은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등의 불만이 대표적이다. OPEC는 생산량 쿼터를 정할 때 최대 생산능력과 실제 평균 생산량을 검증한 뒤 할당량을 분배한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는 설비 노후화와 운영 미흡으로 생산량 극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이 때문에 할당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OPEC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앙골라는 할당량인 일일 146만배럴에 크게 못 미치는 115만배럴가량을 생산하고 있어 할당량이 줄어들 우려가 커졌다. 나이지리아는 OPEC의 조사에선 할당량인 일일 138만 배럴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중이나, 스스로 이보다 많은 양을 현재 생산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더 끌어올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편 UAE 등은 상습적으로 제한선을 웃도는 양의 원유를 생산한 뒤 할당량을 확대 배정받고 있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산유국들은 수 년간 유전 투자가 부족해 설비 가동율이 떨어진 탓에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데 생산 쿼터를 줄이는 것을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앙골라의 에스테바오 페드로 OPEC 운영위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싸우고 있고 투자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감산을 제대로 이행할지도 의문이다. 석유와 가스 판매 수입은 올들어 러시아 재정세입의 28%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생산 제한을 면제받은 OPEC 회원국들도 최근 미국의 제재가 완화되고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기름값 드디어 떨어지나
저유가 환경이 조성되면 한국 등 에너지를 100% 수입하는 국가는 큰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에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9월 최고치인 98달러에서 현재 배럴당 81달러대로 내려왔다. 유가가 2010년대 중후반처럼 40~70달러대의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무역 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당시 한국의 무역 수지는 사상 최대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1일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산유국들이 내년까지 감산을 연장해도 세계 석유 시장은 2024년 약간의 공급 과잉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IEA의 석유 시장 및 산업책임자인 토릴 보소니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석유 재고가 줄었고 공급이 다소 부족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이 증가할 위험성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비회원국의 물량 공세에 사우디 등 OPEC+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다. 사우다 등은 2010년대 중반 미국 셰일가스 기업이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자 담합으로 증산에 나서 유가를 급락시켰다. 결국 미국 셰일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생산량이 줄자 유가가 다시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2010년대와 달리 지정학적 대결 구도가 뚜렷하게 형성된 탓에 유가가 급락하면 미국과 중국 등이 보조금을 투입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OPEC+의 주요국인 러시아는 유가 하락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및 기타 OPEC+ 회원국은 이미 작년 말부터 시작된 감산을 통해 하루 516만 배럴을 감산해왔다. 일일 366만 배럴의 의무적 감산과 사우디와 러시아의 자발적 추가 감산이 포함된 양이다. 지난 6월 회의에서 OPEC+는 2024년까지 공급을 줄이자는 포괄적인 합의를 했다. OPEC+는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라이스타드에너지, 우드매킨지 등 3개의 독립 컨설팅 기관에 각국의 생산량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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