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연간 누적으로 6% 상승할 겁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42·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윤 수석 연구원은 "2020년 7월부터 올해 7월, 약 3년간 전세시장을 정말 '혼돈의 도가니'였다"며 "전셋값 상승이 법을 도입한 데 따른 즉각적인 반응이라면 역전세, 전세 사기 등은 법 도입 이후 긴 시점을 두고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7월 새로운 임대차법이 도입된 이후 전세시장은 혼란했다. 집주인들은 한 번 세를 놓으면 4년 동안 가격은 조정하지 못한다는 불안함에 4년 치 상승분을 한 번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이 역시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새 임대차법은 다중 가격도 만들어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시점에 청구권을 사용하고 5% 이내에서 올린 가격, 해당 시점에 다른 집을 구해 새 계약을 맺은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집주인과 합의해 5% 넘게 전셋값을 올린 경우 등 같은 단지 내에서 이중, 삼중 전셋값이 형성됐다.
그는 "이전에도 역전세 현상은 있었지만, 최근같이 돈을 내줘야 하는 규모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다. 전셋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내줘야 할 보증금도 컸던 것"이라며 "전세 사기도 전셋값 급등과 관련이 있다. 비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급등할 요인이 없었지만, 법이 도입된 이후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비아파트 수십가구, 수백가구를 매수하는 투기꾼들에게 이런 상황이 이용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 도입 이후 벌써 3년이 지났다"며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 급등, 전셋값 급락, 다중 전셋값, 전세 사기 등 다양한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어느 정도 시장에 자리 잡은 상황"이라면서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일련의 이슈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근 3년 동안 나타났던 '출렁임'이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봤다. 전세 시장이 안정됐지만, 이제부터는 또 다른 의미에서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전셋값 급등이 예고돼서다.
윤 수석 연구원은 "당장 하반기 들어 시장을 살펴보면 매매가격은 급등한 이후 주춤하거나 소폭 조정받고 있지만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이미 전세시장은 가격 상승 초입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내년엔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 핵심 요인은 바로 입주 물량이다. 입주 물량은 분양물량과는 달리 아파트가 다 지어져서 실제로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당장 들어갈 수 있는 물량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다. 올해 입주 물량이 3만2819가구였는데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다. 인천은 내년 2만5516가구로 올해(4만4567가구)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경기도는 11만1110가구로 올해(11만3586가구)와 큰 차이는 없다.
윤 수석 연구원은 "수도권, 특히 시장을 선도하는 서울의 경우 내년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본다"며 "입주 물량이 올해 대비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만 놓고 보면 입주 물량이 올해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다"며 "서울에서 입주하는 물량의 상당수가 정비 사업 물량이라는 점을 고려해 조합원분을 제외하면 실제 입주 물량은 더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세 계약 만료는 연속적으로 돌아오면서 수요는 꾸준한 데 반해 공급 물량이 부족해 내년 전셋값 상승은 이미 예정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을 기준으로 내년 전셋값은 상반기 2~3%, 하반기 2~3%로 연간으로 보면 4~6%가량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방의 경우 수도권처럼 전셋값이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윤 연구원은 "일단 수도권과 달리 지방엔 입주 물량이 충분한 상황"이라면서 "올해 지방 입주 물량은 17만4577가구였는데 내년 18만1341가구로 소폭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전셋값이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 일단 미분양 물량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미분양은 재고 물량의 하나다. 공급 물량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세시장에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 수석 연구원은 "전세시장은 실수요자들의 시장"이라면서 "전셋값이 오르든, 내리든 당장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사는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선행성이 강하다. 내년 1, 2월 이사를 예정 중인 세입자들은 벌써 집을 구했거나 구하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계약 시점을 수개월 앞당겨 재계약을 하는 방법 등을 택할 수 있다"며 "매매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출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소득과 자금 여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매수자 본인의 판단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부동산경영관리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동산R114 리서치팀에서 수석연구원으로 부동산 시장을 분석한다. 지난 4월부터는 한국주택협회 자문위원으로, 7월부턴 서울시 지방세 세수 추계 자문위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한국은행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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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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