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 만에 포성 멈춘 가자지구…막후엔 美·카타르 중재 있었다

입력 2023-11-24 16:32   수정 2023-11-24 16:37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나흘 간 휴전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24일(현지시간). 약속된 시간인 오전 7시가 다가오자 가자지구를 뒤덮은 포성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들리던 포성은 약 30분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이스라엘 군용기들도 상공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쟁 발발 48일만에 처음으로 교전이 완전 중단됐다.

휴전이 시작되면서 이집트 라파 지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호품 트럭 약 200대가 가자지구로 들어갔다. 매일 디젤유 14만L와 트럭 4대 분량의 휘발유도 가자지구에 반입된다. 그간 이스라엘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연료 반입을 금지했다.

가자지구 남부에서는 무인기 비행도 중단됐다.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6시간씩 비행이 금지된다.

○휴전 막후엔 美·카타르 외교전

이번 휴전의 막후에는 미국, 이스라엘, 카타르 등 정부 수반과 관료들의 5주에 걸친 치열한 외교전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7일부터 비밀 협상 실무그룹을 구성했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약 240명에 미국인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으면서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수차례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휴전을 논의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카타르가 돌파구를 제시했다. 카타르는 하마스를 설득해 지난달 23일 미국인 주디스 라난과 딸 나탈리를 석방시켰다.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하마스가 공개를 거부하던 석방 대상 인질 50명의 명단을 미국이 확보하는 데도 일조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면서도 20년 이상 하마스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카타르의 외교력이 빛을 발휘했다.

미국과 카타르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협상 타결에 근접했지만, 이스라엘인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 비율을 놓고 막판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도 끝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안 끝나" 총공세 예고

다만 이스라엘은 휴전이 끝나는 대로 다시 총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휴전 직전 X(옛 트위터)를 통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을 만나 "전쟁 목표인 '하마스 제거'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군은 휴전 직전까지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IDF는 휴전 직후 "오늘 새벽 우리 군은 알시파 병원 지역 지하 땅굴과 갱도를 파기괴했다"며 관련 영상을 X에 올렸다. 전날에는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누세이라트와 알마가지 난민캠프를 공습했다. IDF는 "공습으로 하마스 해군 지휘관 오마르 아부 잘랄라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 측은 팔레스타인인이 200명 넘게 숨졌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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