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 다세대 등 비아파트 시장이 전세사기 여파와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인하 방침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착공 실적도 급감하면서 내년 이후 대대적인 공급난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빌라(다세대·연립) 매매 거래는 6만38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8397건)에 비해 41.1% 감소했다.
전세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 9월 서울 전월세 거래는 9949건으로 30개월 만에 1만건 이상으로 떨어졌다. 월 기준 서울 빌라거래가 1만건을 밑돈 것은 2021년4월 9669건이 마지막이다.
빌라 시장이 위축된 것은 연초 불거진 전세사기 및 역전세난 여파에 보증보험 규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기존 공시가의 150%까지 가능했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126%로 낮춘 데 이어 내년 6월부터는 임대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이 규정을 적용한다. 일종의 ‘전세가 상한선’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기준이 낮아지면서 전세가는 물론 매매가 마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가뜩이나 낮아진 보증보험 가입가액은 내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가 지난 21일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A공인 관계자는 “2년 전 계약 당시 전용면적 16㎡ 빌라 전셋값이 2억7000만원이었는데 최근 2억2000만원이 됐다”며 “집주인 입장에선 보증금 5000만원을 갑자기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서구 B공인 관계자는 “임대인 10명중 3명은 월세나 준월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시장에 수요가 쏠리면서 역전세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매매나 전세로 시세차익 기대가 없으니 임대사업자가 월세로 전환할 유인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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