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납치된 아이 추적했더니…"러 정치인 부부에 입양"

입력 2023-11-24 18:07   수정 2023-11-24 18:16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실종됐던 아이가 러시아로 납치돼 정치인 부부에게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BBC방송은 우르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살던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의 여아가 러시아 유력 정치인인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원 부부에게 입양됐다고 24일 보도했다.

미로노프는 러시아의 친정권 성향 야당인 '정의 러시아당' 대표로 두 차례나 대선 후보로 나섰던 거물급 정치인이다.

BBC의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지난해 헤르손 지역 아동 보호소에서 납치·실종된 아이 48명 중 가장 어렸던 마르가리타의 행적을 추적했다. 마르가리타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양육권을 포기했고 아버지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지난해 8월 생후 10개월이던 마르가리타에게 의문이 여성이 찾아와 자신을 '모스크바에서 온 아동 문제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일주일 뒤에는 보호소에 러시아 당국자로부터 아이들이 여행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약 두 달 뒤 러시아 하원의원인 이고르 카스튜케비치가 다른 당국자들과 보호소에 들이닥쳐 마르가리타를 비롯한 아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갔다. 그는 당시 "아이들은 크림반도의 안전한 곳으로 이송될 것"이라며 아이들을 버스와 구급차에 태우는 영상을 자신의 텔레그램이 올리기도 했다.

이 보호소의 간호사인 류보프 사이코는 카스튜케비치 의원과 당국자들이 군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우리 손에서 아이들을 빼앗아 데려갔다"며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같아 우리 모두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BBC 취재진은 당시 마르가리타를 찾아왔던 여성이 러시아 의회 공무원인 '이나 발라모바'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마르가리타가 아동 보호소를 나온 날 헤르손으로 가 아이를 데리고 당일 밤 모스크바로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서 취재진은 최근 발라모바가 미로노프 대표와 결혼했고, 이들 부부의 딸인 '마리나'와 마르가리타의 생일이 2021년 10월 31일로 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입수한 입양 기록에서도 '마르가리타 프로코펜코'가 양아버지의 성에 따라 '마리나 미로노프'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BBC는 러시아로부터 '마르가리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작년 2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로 납치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1만9546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돌아온 어린이는 400명 미만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3월 국제 형사 재판소(ICC)는 아동 납치에 관여됐다는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이들을 대피시켰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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