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는 24일 “전자증명서 시스템 장애로 모바일 신분증의 신규 발급이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조폐공사는 2021년 3월 행정안전부로부터 ‘모바일 신분증 및 전자서명 전문기관’으로 인증받았고, 2022년 7월부터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앱을 통해 스마트폰에 운전면허증과 국가보훈등록증 등 2종의 신분증을 내려받아 실물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조폐공사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홈페이지에 ‘신규 발급 불가’라는 공지를 띄웠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 행사장에서는 조폐공사가 모바일 신분증 발급 시연 중 장애가 발생해 체면을 구겼다. 조폐공사는 오후 8시40분이 돼서야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조폐공사는 처음엔 “전자증명서 시스템 장애가 이유”라고 공지했다가 “서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외부 업체의 작업 실수로 인한 서버 다운”이라고 말을 바꿨다. 오후 4시께엔 “신규 발급이 불가하고, 기존에 발급된 모바일 신분증은 문제없이 이용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앱의 전자증명서 시스템은 ‘정부24’ 서비스와 연동돼 주민등록등본 등을 발급해주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17일 전산망 먹통 사태의 영향으로 시스템이 중단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자 정부’를 국민에게 알리는 디지털 박람회 현장에서 공교롭게 모바일 신분증 발급이 중단된 사건도 여파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모바일 신분증은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플랫폼 정책의 핵심 기반이다. 정부는 작년 7월 운전면허증을 시작으로 처음 도입한 모바일 신분증을 국가보훈등록증으로 확대했고, 추후 주민등록증도 모바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하나의 ID로 모든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애니ID(Any-ID)’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17일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을 여전히 찾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후에 연달아 터져 나온 장애는 최초 전산망 마비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도 반복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서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영국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2차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전담팀 회의를 주재하고 국가기관의 전산망 마비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상 ‘재난 및 사고의 유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시행령엔 민간 정보통신 사고 등 51종의 재난을 열거하면서 국가기관 전산망 마비는 포함하지 않았다.
지금도 상위법인 재난안전법은 국가기관 전산망 마비를 ‘사회재난’으로 분류하고 있다. 행안부는 시행령의 재난 51종에 전산망 마비가 특정되지 않았고, 17일 전산망 중단 사태가 마비인지도 모호하다며 재난문자 발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정 사고가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재난으로 명시되면 해당 재난을 관리하는 주관기관, 관계기관, 소속·산하기관이 정해지고 주체별 행동 매뉴얼도 의무적으로 마련하게 된다.
김대훈/박상용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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