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배우 김혜수란 사람의 서사에 청룡영화상이 함께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과 영화를 나누는 시상식으로 존재하길 바라며, 생방송 부담을 내려놓고 22살 이후로 처음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김혜수도 따뜻이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
24일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은 김혜수와 뜨거운 작별의 시간이었다. 김혜수는 마지막까지 '청룡의 여인'답게 의연했다.
1993년 제14회부터 올해까지 30년째 진행을 맡아온 김혜수는 44회를 마친 후 청룡 마이크를 내려놨다. 이날 시상식엔 많은 배우들이 기립 손뼉을 치며 김혜수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
유연석은 "한국 영화에 대한 동경, 열망으로 시작한 자리. 코끝이 시린 11월이면 한국 영화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30번의 시간. 1993년부터 30여 편이 넘는 필모를 채우는 동안 늘 함께했던 그녀의 최장기 작품 청룡영화상.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 긴 여정의 엔딩크레딧을 올린다"며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엔 정우성이 등장했다. 김혜수는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성은 "제가 영화에 데뷔한 지 30년이 됐다. 지금도 시상식에 초대받으면 떨리고 긴장된다. 하지만 청룡만큼은 보다 편안한 마음이었다. 아마도 영화인들을 아우르는 따뜻함과 깊은 공감으로 진행해주는 김혜수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혜수의 마지막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스러우면서도 슬픈 마음이 크다. 김혜수를 청룡에서 떠나보내는 건,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정우성은 이어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청룡영화상을 이끌어온 김혜수라는 사람을 어떻게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김혜수가 영화인에게 주었던 응원, 영화인들이 김혜수를 통해 얻었던 위로와 지지. 김혜수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청룡이 있을 수 있다. 청룡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인 시간이었다.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이 청룡영화상을 전한다"며 특별한 트로피를 건넸다.
트로피를 받은 김혜수는 "리허설까지만 해도 정우성이 등장하는 걸 몰랐다. 정우성은 최다 수상 후보이자 시상자로 시상식을 빛나게 해주셨던 특별한 분이다. 고맙다. 전혀 예상을 못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청룡에서 상을 몇 번 받았는데 그 어떤 상보다 특별히 값지고 의미 있다"고 했다.
청룡영화제를 떠나는 것에 대해 김혜수는 "우리 영화의 동향을 알고 지향점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무려 30회"라며 "이 자리는 제게도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다. 서른번의 청룡을 함께하며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연대가 무엇인지를 알았다. 매년 생생하고 감동적인 소감을 들으면서 배우들, 관계자들에 대한 경외심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유연석을 비롯한 많은 파트너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오늘도 약간 실수했다. 입이 마르더라. 매년 실수도 잦았는데 청룡과 함께 저를 떠올려주신 모든 분의 박수에 감사드린다"며 "1993년부터 지금까지 저와 늘 함께했던 청룡,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유의미했고 큰 영광이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트로피 4개 싹쓸이한 '밀수'
이날 작품상은 김혜수가 출연한 영화 '밀수'가 받았다. '밀수'는 최우수작품상 외에도 남우조연상, 신인여우상, 음악상을 받았다.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올여름 극장에서 밀수를 관람해주신 514만 관객께 감사드린다. 우리 김혜수 씨 마지막에 큰 호응 해주러 왔다. 이런 상을 받아 너무 큰 영광"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누군가는 30년 전 영화제 안주인으로 시작했을 때, 저는 영화를 몰랐다. 93년부터 시작했으니까. 이렇게 매번 청룡영화상에서 그녀와 조우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으로서도 영광스럽고,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김혜수 씨 정말 수고 많았다. 외유내강은 항상 관객이 기대하고 설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 '잠'의 정유미가 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병헌은 "공중파를 무수히 많이 해봤는데도 굉장히 긴장된다. 박진영 씨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인생이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 10여년 전에 부산영화제에서 술이 잔뜩 취해 박진영을 만나 댄스 배틀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함께 했던 배우들을 여전히 피해 다니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엄태화 감독 수상 축하드리고 너무 고생했다. 한여름에 고생 많았던 스태프와 배우들 감사하다. 청룡상은 권위 있고 공정한 시상식이라 생각하는데 트로피가 들려있는 것 보니 정말 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송)강호 형 농담이에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자기가 만들어야 권위가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가는 게 권위인 것 같다. 청룡이 권위 있는 시상식이 된 것은 한 가운데 김혜수라는 분이 30년을 한 자리에서 훌륭한 센스로 진행을 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긴 세월 너무나 수고했다. 그럼 5살 때부터 시작하신 건가요?"라며 농을 쳤다.
또 이병헌은 "사실 다음 달에 둘째가 나온다. 태명은 '버디'라고 지었다. 집에서 지켜보고 있을 이민정, 이준우, 버디 모두와 영광을 함께하겠다. 나이스 버디!"라며 유쾌하게 말을 맺었다.
여우주연상은 영화 '잠'의 정유미가 수상했다. 정유미는 "영화를 극장에서 봐주신 관객들과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제가 이 상을 받다니 너무 큰 영광이고 스태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에게 영원한 '미스김' 선배님 김혜수 선배님 10년 전 제가 선배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제가 계속 배우 일을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선배님 덕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고 지금까지 수고하셨고, 언제 어디서든 아름답게 계셔주시길 바라겠다. 선배님과 이 상 함께 나누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유미를 따뜻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김혜수는 "떨리는 목소리를 눌러 담으며 힘겹게 힘을 내서 한마디 한마디 소감을 얘기해준 사랑스러운 정유미. '잠'에서 엄청난 변신과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다"며 화답했다.
남녀 조연상 부문에는 '밀수'의 조인성, '거미집'의 전여빈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조인성은 함께 후보에 오른 '밀수'의 박정민을 언급하며 "박정민 군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이 상만큼은 정민이가 받길 원했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배우들과 촬영하고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류승완 감독, 강혜정 대표에게 감사드린다. 이 작품을 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해서 서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헤어지는 날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제겐 소중한 기억"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상은 작품에서 더 많은 박수를 받았어야 하는 언성 히어로들 해녀, 장도리 식구들, 도원이 형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염정아 선배님의 사랑과 식혜는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제일 기뻐해 주실 김혜수 선배님, 시간이 허락해 준다면 선배님과 뜨거운 포옹 하겠다"며 김혜수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김혜수는 "'밀수'를 통해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 염정아, 박정민, 고민시, 우리 해녀들 우리 하나였다. 조인성 씨와 작업하면서 참 많이 배웠다. 정말 멋진 사람, 지금까지 많은 걸 보여줬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참 멋진 배우"라고 칭찬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여빈은 "너무 떨려서 심장이 아프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개봉 때 무대인사를 송강호, 정수정 등과 100회차 정도 했다. 무대에서 '거미집'을 나타내는 단어가 신조어 중에 '중꺾그마'라고,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얼마든지 꺾여도 괜찮다고 마음 하나 있으면 믿음이 되어 실체가 될 수 있도록, 누군가 자신의 길을 망설이고 있다면 믿어도 된다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감동의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거미집'에서 사랑하는 대사가 있다. '내가 재능이 없는 걸까요?'라고 할 때, '너 자신을 믿는 게 재능이지'라고 답한다. 다른 사람을 믿어줄 수 있는 마음만큼 나 자신을 믿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설레는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신인상은 '밀수'의 고민시, '화란'의 홍사빈이 수상했고, 신인 감독상은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이 받았다. 인기스타상에는 송중기, 김선호, 박보영, 조인성이 이름을 올렸다.
축하무대는 댄스 크루 원밀리언이 오프닝을 선보였고, 걸그룹 뉴진스, '밀수'의 음악감독 장기하, 가수 김완선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박진영이 선보인 축하 무대에는 김혜수가 참여해14년 만에 듀엣 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제44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명단.
▲최우수작품상=밀수▲감독상=엄태화(콘크리트 유토피아)
▲남우주연상=이병헌(콘크리트 유토피아)
▲여우주연상=정유미(잠)
▲남우조연상=조인성(밀수)
▲여우조연상=전여빈(거미집)
▲청정원 인기스타상=송중기, 김선호, 박보영, 조인성
▲최다관객상=범죄도시3
▲청정원 단편영화상=유재인(과화만사성)
▲신인감독상=안태진(올빼미)
▲신인남우상=홍사빈(화란)
▲신인여우상=고민시(밀수)
▲음악상=장기하(밀수)
▲기술상=진종현(더문)
▲미술상=정이진(거미집)
▲편집상=김선민(올빼미)
▲촬영조명상=김태경, 홍승철(올빼미)
▲각본상=정주리(다음 소희)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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