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30대 중반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프로 골퍼가 있다. 미국과 일본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한 신지애(35)다.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최종전에서도 ‘톱5’에 오르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신지애는 26일 일본 미야자키CC(파72)에서 열린 JLPGA투어 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리코컵(총상금 1억2000만엔)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 공동 4위를 기록한 신지애는 자신의 올 시즌 12번째 ‘톱5’ 성적을 내고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1승도 거두지 못해 JLPGA투어 대상 포인트 16위에 그친 신지애는 올해 전체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비록 야마시타 미유(22·일본)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효율성’에선 신지애가 월등히 앞섰다.
대상을 가져간 야마시타는 올해 32개 대회에 나서 대상 포인트 3117.19를, 신지애는 그보다 10개나 적은 22개 대회만 뛰고도 2790.06을 기록했다. 신지애는 올해 출전한 12개 대회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개 대회에서 ‘톱5’에 오른 덕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지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병행해 체력 안배를 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대상 수상이 가능했던 페이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지애는 지난해 초 자신을 괴롭혀 온 팔꿈치 통증을 이겨내고자 시즌 도중 수술을 받았다. 손바닥과 발목, 허리 부상을 이겨낸 천하의 신지애라도 이번에는 ‘부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신지애는 보란 듯이 올해 3월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6월 어스 몬다민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다시 일어섰다. 이 2개의 우승으로 신지애는 JLPGA투어 통산 3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이어 7월에는 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쳐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신지애의 US여자오픈 최고 성적은 5위였는데, 늦은 나이에 이를 훌쩍 넘어섰다. 또 다른 LPGA투어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3위, 한국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5위에 오르며 물오른 실력을 과시했다.
신지애는 올해처럼 내년에도 JLPGA투어에 주력하면서 LPGA투어 메이저대회 등에 나서는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지애는 US여자오픈이 끝난 뒤 “내년에는 (준우승에서) 한 계단만 더 올라가겠다”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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