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 네이버클라우드 웨일 책임리더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 웨일의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웨일은 네이버가 2016년 처음 국내에서 선보인 웹브라우저다. 국내용 버전도 해외 사용이 가능했지만 포털 네이버와 연동돼 있어 구글 검색엔진을 주로 사용하는 해외 환경에는 딱 들어맞지 않았다. 김 리더는 “이제는 해외 웹브라우저와 경쟁할 시점”이라며 “포털 네이버를 제외한 버전으로 다국가 언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웨일은 구글 크롬의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다. 시장조사매체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의 점유율은 54.1%로 절반이 넘었다. 점유율 2위인 삼성 인터넷(15.8%), 3위인 애플 사파리(14.8%)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관련된 웹브라우저를 제외하면 웨일(7.6%)이 그다음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6%), 모질라 파이어폭스(0.7%) 등 다른 해외 경쟁자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낸 성과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웨일의 듀얼 탭 기능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한 화면을 2개로 나눠 각각 다른 작업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사이드바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웹브라우저 자체에 AI 서비스를 붙이면 특정 웹사이트에 머물지 않고도 AI 서비스를 폭넓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김 리더는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5%만 확보하더라도 범용 플랫폼으로서 웨일의 위상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웨일을 해외 이용자에게 맞춤형으로도 제작해 공급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엔 웨일이란 이름도 떼고 현지에서 원하는 이름을 붙여 제공할 방침이다.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에 대한 의존도 심화를 우려하는 각국 기관을 대상으로 필요한 기능만 선별 제공해 웹브라우저를 맞춤옷처럼 시장에 풀겠다는 설명이다. 김 리더는 “자체 웹브라우저 구축을 바라는 해외 수요가 충분하다”며 “맞춰줄 수 있는 모든 걸 현지 기관에 맞추는 게 웨일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미 국내 교육 시장에서 맞춤 전략의 성과를 확인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웨일스페이스’를 교육 현장 수요에 따라 충남교육청의 ‘마주온’, 경남교육청의 ‘아이톡톡’, 전남교육청의 ‘전남메타스쿨’ 등으로 각각 개발해 공급했다. 최근 몽골 교육과학부엔 교육 플랫폼용 기기인 ‘웨일북’과 웨일스페이스를 한데 묶어 공급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론 PC나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도 웨일을 연계하는 게 목표다. 김 리더는 “메타버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에 쓰이는 플랫폼들도 모듈화해 웨일에 탑재할 수 있다”며 “호환성이 높은 웹기술의 특징을 활용해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에서도 웨일이 쓰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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