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을 넓히는 동시에 국회가 채무조정요청권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을 통과시켜 늘어나는 취약차주 부실에 촘촘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캠코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을 신청한 뒤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차주는 지난달까지 2만4276명으로 집계됐다.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해 캠코와 매입형 채무조정 약정을 맺은 차주를 살펴보면 1인당 평균 채무액은 약 7500만원이고 평균적으로 원금 70%를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업이 32%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26%)과 제조업 및 서비스업이 각각 9%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소득과 경제활동 가능기간 등을 고려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을 범위에서 채무를 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무조정을 통해 상환기간은 평균 108개월로 늘어났고, 월평균 상환액은 약 27만원으로 낮아졌다. 캠코 관계자는 “당장 소득이 적더라도 파산하지 않고, 길게 나눠서라도 빚을 갚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1년 전 0.75%에서 1.78%로 급증했다. 연체액도 5조2000억원에서 13조2000억원으로 2.5배가량 불었다.
부실 위험에 놓인 자영업자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상시적인 취약차주 관리를 위해선 채무자보호법 시행이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발의한 이 법안은 연체 위험에 놓인 원금 3000만원 이하 채무자가 은행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권한을 주는 게 핵심이다. 은행이 채무조정 요청을 받으면 추심을 멈추고 조정 여부를 10영업일 안에 채무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지금은 이런 권한이 없어 연체가 이어지면 은행은 자연스레 채권을 싼값에 추심기관에 넘기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연체가 이뤄지기 전에 채무자 상황을 파악해 채권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법안은 상환기일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채무원금에 대해 가산이자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도 담고 있다. 추심 연락이 7일 7회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등 과잉 추심을 막는 조항도 포함했다.
일각에선 금융기관이 소액 대출을 꺼리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채무조정을 통해 파산 대신 상환을 유도하는 게 금융기관과 채무자에게 ‘윈윈’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금융위는 이 법안을 작년 12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는 이번주 이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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