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증권사 '홍콩 ELS' 전면조사…"3조 손실 우려"

입력 2023-11-26 18:18   수정 2023-12-04 16:39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수조원대 손실 위험에 처하자 금융감독원이 판매 은행과 증권사에 대해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H지수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을 가입자에게 충분히 안내했는지 등 불완전 판매 여부를 따져볼 방침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ELS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 중인 금감원은 5대 은행과 증권사 등 전 금융권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에서 다음달 1일까지 10영업일에 걸쳐 현장조사를 한 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의 ELS 판매도 살펴볼 계획이다. 증권사 중에서는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가운데 8조4100억원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 국민은행이 절반을 웃도는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1조4833억원) 신한(1조3766억원) 하나(7526억원) 우리(249억원) 순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통상 3년) 때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하지만 미리 정한 수준보다 가격이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의 계약 시점은 2021년 상반기다. 당시 H지수는 최고 12,000선을 찍었는데 현재 6000 초반에 머물러 있다. 지수 반등 없이는 대규모 원금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ELS는 ‘녹인형’과 ‘노(No) 녹인형’으로 나뉜다. 녹인형은 기초자산 지수가 일정 수준(통상 50%)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노녹인형은 기초자산 지수가 얼마나 내려가는지 상관없이 만기 때 지수가 가입 시 지수의 65%보다 높으면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녹인에 비해선 안전한 상품으로 평가되지만 H지수가 반토막난 만큼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H지수 ELS 원금 손실 규모는 가입 상품과 만기 지수에 따라 달라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H지수가 유지되면 40~50%의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상품에서는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181억원의 만기 금액 중 83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률이 45.9%에 달한다. 5대 은행의 내년 상반기 만기액(8조4100억원)의 손실률을 이만큼 잡으면 3조8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은행에서만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 중 4조원 이상이 손실 발생 구간(녹인)에 진입한 상태다.

금감원은 은행과 증권사가 가입자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알렸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은행 창구에서 상품 자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복잡한 고위험 파생상품을 고령층을 상대로 파는 것이 적정한지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최한종/김보형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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