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드디어 배출됐네요."
공직사회가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 들썩이고 있다. 이번 삼성 인사에서 기획재정부·외교부 출신 관료들이 사장 자리를 꿰찬 결과다.
여기에 3급 출신 기재부 관료를 예상 직급보다 높은 '부사장'으로 최근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관료로서 쌓은 정책 설계 경험을 높게 샀다는 후문이다. 재계에서 관료 출신 인사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원경(56) DX부문 경영지원실 글로벌공공업무(Global Public Affairs)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 국제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외무고시(24기)에 외교통상부 통상전략과장, 통상법무과장 등을 거쳤다. 2008~2009년 이명박 정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기획단 총괄팀장을 맡은 협상 주역의 하나로 꼽힌다. 2012년 삼성전자 미주법인 상무로 옮겼다. 2017년 11월부터 글로벌공공업무팀장을 맡았다. 글로벌 협력과 통상법무·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이날 기재부 출신인 김이태 삼성전자 부사장도 삼성벤처투자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이태 사장은 1966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행시 36기로 기재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기재부 국제금융국에서 외화자금과장과 국제금융과장 등을 거쳐 2016년 삼성전자 기업설명(IR)그룹 상무로 이동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담당임원 등을 거쳤다. 대외협력·국제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삼성에서 그동안 관료 출신으로 사장 직급 이상 오른 인물은 감사원에서 근무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던 김현종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있다. 그 이후 공무원 출신 사장이 뜸했다.
앞서 이병원 기재부 부이사관(3급)도 최근 기업활동(IR)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행정고시 42회인 이병원 부사장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정책조정국에서 경제정책과 정책 조율 업무를 맡았던 ‘정책통’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파견을 가서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선임 과장급인 부이사관(3급)에게 통상 상무 직급으로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관례보다 더 높은 직급을 부여해 주목받았다.
김원경·김이태 사장 승진과 이병원 부사장 영입 사례를 놓고 삼성의 관료 출신 인사들 입지가 한층 단단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재부 관료들은 정책 설계 경험이 많은 만큼 신사업 등 각종 전략을 수립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부처와 국회, 해외기관, 언론 등 각계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관료로서 쌓은 위기 관리 능력도 기업에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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