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다 스텝이 엉켜버리면 그게 바로 탱고 아닌가요? 그리고 탱고를 추다가 마음이 엉켜버리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그래서 탱고는 ‘3분의 사랑’입니다.”
남미의 한 밀롱가. ‘세상의 끝‘이란 의미의 '수 티엠포(Su tiempo)'로 불리는 밀롱가에서 노래하는 가수이자 극 중 화자인 화이트(임정희 분)가 '베사메무초'를 멋들어지게 부른 후 독백처럼 관객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밀롱가는 탱고를 즐기기 위해 모이는 장소를 말한다. 지난 25~26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 오른 ‘김주원의 탱고발레-3Minutes: Su tiempo 그녀의 시간'의 극 중 배경이다.
2019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2020년 예술의전당의 대한민국발레축제에 초청받기도 했고, 지난해 S씨어터에서 재연됐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 없는 블랙박스형 소극장인 300석 규모의 S씨어터에서 주로 올려졌던 이 작품이 1800여석 규모의 대극장(아람극장)에서 상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밀롱가 ‘수 티엠포’를 찾은 레드(김주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열정적인 탱고 음악과 춤, 노래로 풀어낸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15년간 활약한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이 탱고음악 매력에 끌려 발레의 특징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탱고와 발레가 접목된 춤과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를 주축으로 한 4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연극적 요소와 구성으로 결합한 융복합형 공연이다. 공연 제목의 ‘3 Minutes’는 탱고를 추는 두 파트너가 춤을 추는 시간인 ‘3분’을 의미한다. 보통 두 파트너는 약 3분의 시간에 만남과 사랑, 이별의 서사를 담아내는 탱고를 춘다.
공연의 서막도 레드와 블랙(김희현)이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음악에 맞춰 약 3분간 추는 탱고 듀엣 춤으로 연다. 레드가 탱고를 출 때 여성이 보통 신는 하이힐이 아니라 발레의 토슈즈를 신은 것이 눈에 띈다. 화이트의 가창과 소개, 진행으로 ’수 티엠포‘에서 레드와 블랙, 블랙의 또 다른 자아인 블루(김현웅)의 만남과 사랑, 이별의 서사가 흐른다.
바이올린(윤종수)과 반도네온, 베이스(김유성), 피아노(최문석)로 구성된 '고상지 밴드'는 밀롱가의 상주 밴드로 무대 위에서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다. 박지원, 양영아, 이해나, 한세빈, 황유빈 등으로 구성된 '이모션' 댄스팀도 독립적으로, 또는 화이트의 가창에 맞춰 탱고 동작이 가미된 발레 군무를 보여준다.
공연의 중심은 김주원과 김희현, 김현웅이 혼자 또는 같이 추는 춤이다. 특히 김주원이 탱고 음악에 맞춰 추는 독무나 김희연 또는 김현웅과 함께 추는 파드되(2인무)는 초연이나 재연보다 더 원숙해지고, 농염해졌다. 재연 때부터 참여한 김희현과 김현웅도 극과 배역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다. 극적 구성이나 연극적인 짜임새도 더 좋아졌다.
전 회 매진을 기록했던 S씨어터 공연처럼 소극장의 실험적인 성격뿐 아니라 대극장 공연으로서의 가능성과 완성도도 어느 정도 보여준 무대였다. 하지만 작품의 주제와는 별도로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와 구성으로 이뤄진 무대를 대극장 공연에 좀 더 적합하도록 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볼거리를 보강할 필요는 있겠다.
이번 공연은 경기 고양에 이어 다음 달 2일 경기 안양 평촌아트홀 무대에도 오른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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