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에게 욕먹는 등기임원
A는 요식업체에서 본부장 직함을 갖고 영업과 인사, 재무 등 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A는 지인의 추천으로 만난 회사 대표 B와의 면담을 통해 작은 규모였던 요식업체에 근로계약을 맺은 직원으로 입사하여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B대표로부터 10%의 지분을 나누어 받아 법인 등기부등본상에 등기임원으로 등재되고 본부장의 직책을 부여받아 영업과 지원업무를 총괄하게 되었습니다.
A는 입사 초기부터 대표와 긴밀히 소통하며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표는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A에게 고성을 지르며 “월급 받아먹었으면 대책을 내 놓아라”,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있냐” 등 모욕적인 발언을 수시로 쏟아내었습니다. 임원이 되고나서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지 않아 이전과 같이 B대표를 자주 대면하지는 않았으나, 간헐적으로 회의에서 대표를 만날 때마다 여전히 모욕적인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대표의 성정을 알고 있었던 A는 계속해서 참고 근무하던 중 호흡곤란을 느껴 병원 진료에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고, 더 이상 이러한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고용노동부에 B대표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제기하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임원도 근로자일까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입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 정의규정에서도 확인되듯이 괴롭힘 피해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것을 전제로 합니다. 즉, B대표가 본인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A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상 보호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안의 경우 A가 직원 신분으로 재직할 당시의 행위는 A의 신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보일 여지가 적어보이므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A가 직원이 아닌 등기임원으로 재직할 당시의 행위는 A의 신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보일 요소가 다수 있어보이므로(등기 여부, 시간 및 장소의 구속정도 등)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 형식 아닌 실질적인 관계
다수의 회사들은 임원 발령만으로 이후 모든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판단되지 않고, 실제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판례는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다음과 같은 판단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대법원 2007.9.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①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② 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③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④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 여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⑥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⑦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등
통상 등기임원의 경우 상법의 적용대상으로서 근로자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고, 비등기임원의 경우 상법상 기관으로서 권한이 없는 점에서 대표이사 등 지휘·감독 하에 있는 근로자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등기임원의 경우에도 실질이 위 판단기준에 비추어 지휘·감독 하에 있는 종속적 관계임이 입증된다면 근로자로 인정되며(대법원 2003.9.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비등기임원의 경우 종속적 관계임이 아닌 것이 입증된다면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7.11.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실질을 고려하여 회사 임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경우에 따라 괴롭힘의 피해자로서 권리구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민 공인노무사 / 행복한일 노무법인 부대표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