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세 종목은 모두 이른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테마주들이었다.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한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확산하자 티끌 만큼의 연관성이 있는 종목도 크게 들썩였다.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 특성상 거품이 빠지면 손절매가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이 매수 시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상홀딩스와 대상홀딩스우, 덕성우 등 세 종목은 모두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대상우 역시 22.36% 급등 마감했다.
무려 세 종목이 한 장관 테마주로서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0% 넘게 뛴 종목은 총 7개(대상홀딩스·덕성우·대상홀딩스우·국제약품·에코프로머티리얼·대상우·모두투어리츠)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 장관 관련주일 만큼 테마의 파급력이 부각됐다.
대상그룹 관련주가 줄줄이 상승한 것은 배우 이정재와 함께 한 사진들이 공개되면서다. 전날 복수의 커뮤니티에는 한 장관이 이정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소재 모 고급 갈빗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찍은 사진들이 공유됐다. 이정재는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9년째 공개 열애 중이다.
앞서 대상홀딩스는 양동운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2년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장관 테마주로 분류돼 왔다.
특히 이날까지 나흘 연속 상한가를 찍은 덕성우는 전 거래일 대비 3160원(29.98%) 오른 1만3700원에 장을 끝냈다. 대표와 사외이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단 점에 제20대 대선을 전후해 '윤 대통령 테마주'로 불렸지만 최근 한 장관의 총 출마설이 부각되면서 테마주 앞의 이름만 바꿔달았다.
동시에 이날 장에선 한 장관의 지역 테마주도 강세를 보였다. 한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우리 부모님이 춘천 사람"이라면서 "제가 어릴 때 청주에서 살아서 사투리가 나올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청주시 출마설이 제기되면서 청주 소재 본사나 공장을 보유한 심텍홀딩스(8.89%)와 깨끗한나라(2.08%)가 급등했다.
학연과 지연 등으로 엮인 일부 정치 테마주들이 또 한 차례 시장에서 떠들썩하자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 테마주들의 상승세는 업황과 실적 등 모멘텀(동력)이 뒷받침된 게 아니기 때문에 흐름을 이어갈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테마주 쏠림 현상에 대한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특정 후보의 테마주로 언급된 83개 종목 중 대다수인 90% 이상이 후보와의 공통지인(44%), 사적 인연(18%), 학연(16%), 종친(6%), 지연(5%) 등이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이들은 종목 토론방과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밥 한 끼 먹은 사진으로 관련주가 되다니…도박장이 따로 없네", "잘못 건드리면 강제 장투인데…다들 조심하길", "이젠 하다하다 '찐친'(친한 친구) 테마주도 나온다' 등의 의견을 보이는가 하면 일각에선 "이제 시작이다…마지막 탑승 기회 잡았다" 등 반기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테마주로 몰린 수급 현상에 대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나 산업을 따라가며 보는 가치투자나 성장 투자의 관점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 테마주들은 급등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라며 "정치인과 해당 기업 오너가 지인 관계라는 건 혹시나 그 정치인이 유력하면 혜택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하는 투자이지 사실상 제대로 된 분석하고 하는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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