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태계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빅테크들이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 ‘우군’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빅테크들이 아무리 뛰어난 LLM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모든 연계 서비스를 자체 개발할 수는 없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LLM과 접목해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스타트업과의 협업 확대는 업계 영향력을 키울 지름길로 평가받는다.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오픈AI ‘플러그인’에 연계된 서비스 수는 1039개로 늘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플러그인 기능은 AI 챗봇인 챗GPT에 다른 앱 서비스를 붙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는 AI 영어학습 서비스 ‘스픽’, 쇼핑리스트 관리 앱 ‘위시버킷’ 등이 오픈AI의 주요 파트너다. 오픈AI는 이달 6일 열린 개발자 대회에서 GPT LLM을 활용해 만든 AI 서비스를 사고팔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GPT 스토어)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AI업계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생태계에서 자신들의 핵심 기술(LLM)이 얼마나 널리 쓰이느냐가 기술 주도권 확보의 관건”이라며 “경쟁사보다 앞선 성능을 무기로 전 세계 스타트업들을 포섭하는 오픈AI가 현재로선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오픈소스 기반을 확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메타의 LLM ‘라마2’는 상업 용도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코드가 공개돼 있어 각국 스타트업들이 모델을 연구하고 개량 버전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선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라마2를 개량한 버전으로 올 8월 LLM 성능 평가 플랫폼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구글은 자사 ‘구글 포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우군을 만든다. 구글은 LLM 이외에도 AI 전용 칩인 텐서처리장치(TPU)와 클라우드 저장공간 등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빅테크들도 자체 LLM 개발 단계부터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8월 신규 LLM ‘하이퍼클로바X’ 공개에 앞서 스타트업 20개사에 먼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고 자체 서비스를 구축하도록 했다. KT는 자체 개발 포털을 만들고 메타처럼 AI 모델을 수정해볼 수 있게 했다. 국내 빅테크들이 오픈AI, 메타 등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사내 LLM 개발사를 분사시켜 해외 투자를 받게 하고,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끌어내는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기응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LLM은 기술 진화가 계속되고 있고 데이터 저작권 강화로 후발주자 등장도 어렵게 됐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아직 경쟁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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