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9 비자는 제조업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인력 미스매칭이 심각한 상황에서 융통성 있는 제도 운용이 불가피하다. 노동시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음식점업 등의 구인난은 민생경제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거대 노조는 노동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며 반발하지만 공감하기 힘들다. 이미 산업 현장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 건설 현장에선 근로자 절반이 외국인이고, 그 절반 이상이 불법 고용자로 추정된다. 이삿짐업계는 몽골인, 농촌은 베트남인, 경공업은 태국인, 조선소는 우즈베키스탄인이 없으면 안 돌아간다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를 막아 일자리를 지키는 축소지향이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와의 공생과 상생을 고민할 때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50만 명을 돌파하며 범죄와 무단이탈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태업 등으로 사업주를 괴롭히고 고발까지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26%가 입국 3개월 이내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공무직 60명을 채용해 지원업무를 맡기기로 했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성숙한 시민으로 정착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국에 편중된 인력 수입 국가를 다변화해 숙련된 근로자를 확보하는 등 종합적인 로드맵이 시급하다. 17년 된 낡은 규제 탓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표적 경제협력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등도 최저임금 차등화 등을 통해 국제 노동규범 내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세계 최고 고령화 속도에 대응해 외국인 근로자 정책 개편에 가속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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