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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산업체가 러시아산 무기 의존도를 줄이려는 각국 정부의 러브콜로 호황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산업체들이 반도체 부문의 수출 부진까지 메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한국 방산기업들이 폴란드 정부로부터 14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을 따낸 것을 계기로 한국 방위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십 년 동안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해온 방산 부문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 31위에서 지난해 세계 9위의 무기 판매국으로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3대장’을 필두로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 중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는 서방과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로 대거 눈을 돌렸다.
한국 방산기업은 서방의 다른 경쟁사보다 대규모로 무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탱크와 곡사포 등의 경우 더 나은 가성비를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수출 물량이 없을 때도 생산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주문량을 늘리는 등 한국 방산업체들은 자국 정부로부터 확실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무역수지에서 흑자 행진을 이어 왔지만, 최근 몇 년 새 반도체 부문 침체 등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산 부문 확장이 한국 무역 지형도에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해나 영국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가는 “한국은 또한 자국의 방위산업 기지에 투자하고 개발하려는 국가들을 위한 틈새 마케팅 전략을 고안해 무기 구매국에 관대한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지난해 현대로템에 주문한 1000대의 K2 전차가 대표적이다. 현대로템은 180대만 한국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폴란드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에서 견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 대표 방산업체 아시아 담당 임원은 “가격과 납품 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실제 우리의 사업 물량도 일부 빼앗겼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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