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엔진, 개발 시대는 끝났나

입력 2023-11-28 12:25   수정 2023-11-28 12:59


 -엔진 개발보다 전동화 매진이 효과적

 일본 닛산이 오는 2028년부터 신차에 탑재하는 엔진 종류를 60% 가량 줄이기로 했다. 개발을 지속하는 엔진은 660㏄ 미만 경차 및 하이브리드 전용에 한정하고 이외 엔진 개발은 모두 멈추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유럽/미국/중국의 환경 규제가 점차 높아지자 아예 내연기관 투자를 중단하고 전동화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엔진 개발에 대한 고민은 한국의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미 2025년에 다시 강화되는 배출규제를 감안해 100% 내연기관의 시대를 끝내기로 했고 승용 부문의 디젤은 선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엔진 개발에 돈을 쓰는 것보다 전동화 기술 향상에 R&D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미래 생존을 고민할 때 오히려 현명하다고 생각한 결과다. 

 폭스바겐도 예외는 아니다. 50년 동안 주력이었던 골프의 내연기관 시대를 현재 판매 중인 8세대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내연기관 제품 개발은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유럽 내에선 8세대 골프를 가리켜 ‘마지막 내연기관’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오가는 중이다. 독일 정부 또한 2030년 이내에 1,500만대의 BEV 보급을 목표로 세운 만큼 추가적인 내연기관 개발 필요성은 점차 떨어지는 중이다. 폭스바겐은 더 나아가 아예 중국 시장만을 겨냥한 전용 BEV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런가하면 HEV에 매진해왔던 토요타도 최근 BEV 전성기를 예측하며 시장 대응에 적극적이다. 토요타는 기본적으로 배터리의 3R 전략을 수립했다. 배터리 수명을 연장해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감축(Reduce), 자동차용 배터리를 다른 자동차에 다시 사용하는 재구축(Rebuilt) 및 재사용(Reuse), 그리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방법을 사용한 재활용(Recycle)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미국, 유럽, 중국, 아시아 등 5개 지역에 배터리 3R 운용을 위한 지역 거점 전략을 추진 중이다. 

 각 제조사들이 전동화에 주력하는 이유는 탄소 배출 저감 대책이 전동화 외에는 당장 없어서다. 최근 HEV의 부상을 두고 토요타가 옳았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HEV의 확대는 디젤 쇠퇴가 만들어 준 영향이 커서 토요타 또한 HEV의 지속 기간은 섣불리 장담하지 않는다. 내년부터 다양한 전기차를 쏟아내겠다는 제품 전략을 수립한 것도 ‘HEV vs BEV’의 경쟁 구도가 점차 형성될 수밖에 없어서다. 둘 가운데 하나만 치중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BEV를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아직 불편하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각 나라가 충전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는 점을 주목한다. 불편함 자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셈이다. 동시에 최근 테슬라가 충전기를 개방한 것처럼 제조사 간 인프라 공유가 활발히 전개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최근 BEV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전망이 흘러 나온다. 당장의 소비 시장을 바라볼 때 판매가 주춤하다는 이유가 배경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제조사의 변화다. 이동 수단을 만드는 기업들이 어떤 동력원의 제품을 많이 내놓을 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엔진 개발 중단을 실행하는 곳이 점차 많아지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내연기관을 사고 싶어도 파는 곳이 없어 살 수 없는 시대가 올 수 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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