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산안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거쳐 예결특위와 소위 심사 뒤 본회의로 넘겨진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여야 갈등으로 심사에 진전이 없자 2008년부터 예결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2차관 등 극소수만 참여하는 소소위를 가동하는 게 관행처럼 됐다. 그러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심사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지고, 속기록도 남지 않는다. 국회를 벗어나 호텔 방에서 비밀 심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보는 눈이 없으니 야합과 지역구 쪽지 예산 통로로 변질했다. 매년 소소위를 통해 수조원에 달하는 수백 건의 쪽지 예산이 ‘무사통과’됐다. 타당성 등 심도 있는 심사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올해는 너도나도 지역 예산 챙기기 행태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여야가 서로 원하는 것을 적당히 눈감고 받아주는 식으로 절충하는 흥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 살림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푼이라도 불요불급한 예산이 있다면 바로잡는 게 국회의 본분인데, 이런 식의 소소위 운영은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예산 심사 기본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소소위 가동이 필요한 때가 있을 수 있다. 여야 대치가 마냥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수가 참여해 논의의 속도를 높이는 게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한다면 여야는 소소위의 법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 심사 내용을 속기록에 남겨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이전의 약속도 실천해야 한다. 공공의 자원을 더 이상 감시의 사각으로 놔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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