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융사, 美국채 다시 사들인다

입력 2023-11-28 17:52   수정 2023-11-29 01:0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국채 최다 보유국인 일본이 해외 국채에 대한 매도를 중단하고, 다시 순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자본이 미국에 다시 유입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 부담도 일부 덜어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은행, 보험회사 등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올 들어 해외 채권을 다시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이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비용이 줄어든 결과로 해석된다.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금리 차를 활용해 수익을 내기 위해 그동안 미 국채 매수 규모를 계속 늘려왔다. 거의 30년 지속된 일본의 초완화통화정책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자리잡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엔화를 거의 무료로 빌려 미 국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이들은 환율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관련 파생상품도 함께 매수한다. 대부분 만기 3개월짜리 엔·달러 스와프 계약을 매수한 뒤 롤오버(만기 연장)한다.

하지만 작년 7월부터 환위험 헤지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은행 간 자금을 차입할 때 사용하는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가 미 국채 금리를 역전하면서 비용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엔·달러 스와프 프리미엄(비용)이 상승했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채권의 투자 비중을 축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반기별 자료에 따르면 일본 기관투자가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21년 말 8400억달러(약 1087조원)에서 지난해 말 5500억달러(약 712조원)까지 감소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상위 5개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국채 보유액도 2년 전 290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170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올 들어선 일본 기관투자가의 이 같은 매도세가 잦아들고, 다시 해외 채권을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FFR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격차가 다시 좁혀지면서 헤지 비용이 감소한 것이다.

일본이 미 국채 투자를 지속하자 미국 기업의 재정 위기도 다소 줄어드는 모양새다. 2025년 미국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서 재융자(리파이낸싱) 절벽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현재 미 국채 최다 보유국은 1조1000억달러(약 1424조원)를 보유한 일본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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