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이 언론 보도를 둘러싼 각종 판결을 도맡아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관할인 용산구와 마포구 등에 YTN과 JTBC, 채널A 상암사옥, 중앙일보, 한겨레, TBS, 세계일보, 시사저널 등 주요 언론사가 입주한 뒤 보도 관련 소송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사 1번지’로 불린 광화문 관할 서울중앙지방법원보다 관련 소송이 더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언론 전문 재판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내에서도 언론사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3년 넘게 진행된 최 전 부총리 관련 소송의 선고공판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MBC는 2020년 4월 최 전 부총리 등이 바이오 기업인 신라젠 전환사채에 약 65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최 전 부총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조차 하지 않은 악의적인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일부 승소했다. 서부지법은 또 자막 논란이 일었던 ‘바이든 날리면’ 사건을 두고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도 다루고 있다.
‘라임펀드 스캔들’ 관련 언론 보도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이 라임 스캔들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로비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대기업 관련 언론 소송 또한 빈번하다. 지난해 2월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측 변호인들이 한겨레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 진행됐다.
업계에선 신문에 비해 언론 중재가 어려운 방송사가 상암동에 몰려 있다는 점도 서울서부지법에 사건이 집중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신청인들이 방송사에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를 요구할 때 반드시 ‘방송’으로 해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 때가 많다”며 “방송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중재가 성사되지 못하고 재판으로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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