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 방문한 경기 오산시 세마중에서 1학년 학생들이 교무실 앞 복도에서 탁구를 치고 있었다. 3개 학년 24개 학급인 이 학교에서 4개 학급의 체육 시간이 겹칠 경우 2개 학급은 운동장, 1개 반은 체육관에 배정한 후 나머지는 복도를 이용하고 있다.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과밀학급 현상이 심화하면서 ‘콩나물 교실’이 재현되고 있다. 과밀학급은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지도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민원이 쇄도하자 도교육청은 내년에 역대급 예산을 편성하고 2025년까지 과밀학급 해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과밀학습의 가장 큰 문제는 학습권 침해다. 한 교사는 “학생들의 개별 상담을 한 바퀴 진행하기도 버거워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대하기 어렵다”며 “학생기록부를 성의있게 쓰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실, 음악실 등을 일반 교실로 전환하면서 교과 특성을 살린 수업도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높다. 안전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학급당 학생 수가 36명으로 학생 수 기준(28명)보다 30% 많은 세마중은 교실에 책상을 배치하면 맨 앞뒤 학생들은 앉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한 교사는 “공간이 좁은 탓에 부딪힘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급식 시간에는 50분간 1000명의 학생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여름에는 에어컨을 가동해도 쉽게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과밀로 인해 교사 사이에서 화성, 오산은 기피 대상이 됐다. 평택에서 오산으로 학교를 옮긴 한 교사는 “교사들의 기피로 오산의 기간제 교사 비율이 평택 학교보다 두 배 이상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수의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윤태길 경기도의원은 “남부지역 중심으로 아파트 외에도 빌라,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예상외로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며 “미래의 인구 감소세보다는 현재의 학습권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최근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내년 본예산에 역대 최고 규모인 4078억원을 편성했다. 학교 신설, 증축, 모듈러 설치를 통해 필요 교실을 확보하고, 학급별 학생 배치 기준을 28명 미만으로 하향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학교 설립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제2캠퍼스, 통합운영학교 등의 설립도 검토 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886실의 추가 학급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2025년까지 약 3300명의 교원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