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에서는 학생들이 돈이 없어 과학관에 못 다니는 일은 없도록 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과학인재를 길러낼 계획입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등포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미래교육재단이 내년 1월 출범한다”고 소개했다. 미래교육재단은 과학인재 양성과 전 연령층 평생학습 지원, 그리고 약자와 동행하는 교육 관련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최 구청장은 “장학금 지급, 대학 입시설명회 개최와 같은 일회성 지원에 그쳤던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교육 정책과 차별화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최 구청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1992년 5월 첫 공직생활을 영등포구 공보실장으로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 청와대, 인도 뉴델리 총영사를 지낸 그는 30년 만에 ‘첫 직장’ 영등포구에 구청장으로 돌아왔다.
최 구청장의 과학 교육 비전은 그가 인도 총영사를 지내던 시절 시작됐다. 최 구청장은 “인도 출신 에이스급 박사 6000~7000명이 인도 벵갈루루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일하는 걸 보고 앞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나온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총영사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최 구청장은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으로 일하며 국내 과학 교육을 경험했다.
최 구청장은 지난 7월 영등포구청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과학인재 양성과 미래교육에 관심을 뒀다. 구는 2월 서울교육청과 영등포구를 ‘과학교육특별구’로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3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미래교육재단 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고, 10월 구의회에서 ‘영등포구 미래교육재단 조례’가 통과됐다.
최 구청장은 “관내 모든 초·중학생에 과천과학관 회원권을 지급해 학생들이 과학 교육에 쉽게 노출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과천과학관이 개발한 80개 콘텐츠를 학교 과학교과와 연계하는 시도도 했다.
모든 구민을 대상으로도 디지털, 과학, 인문학 등 각 분야의 질 높은 강좌를 제공할 예정이다. 어르신을 위한 학력 인정 교육기관 ‘늘푸름학교’를 운영하고, 발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첨단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약자와의 동행 교육’도 재단이 추진할 교육 정책 중 일부다.
최 구청장은 낙후된 도심을 첨단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젊은 도시’로 바꾸는 청사진도 내놨다. 특히 서울 문래동 일대 기계금속단지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협력해 초정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최 구청장은 “단지에 있는 소상공인 90%가 임차인”이라며 “임대료 상승이 없는 가까운 수도권으로 1279개 공장을 통으로 이전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금속단지가 이전한 자리에 AI고교, R&D(연구개발)센터나 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구는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 이전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연말께 나오는 결과를 토대로 타당성 조사와 이전 후보지 환경 분석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적정한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영등포를 관통하는 경부선 철도의 지하화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최 구청장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경부선 등을 지하화하는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모두 지상철도를 지하화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내놨다. 최 구청장은 “상부 공간과 주변부에 녹지 공간을 조성하고 첨단지식산업 건물을 유치하겠다”며 “구민의 뜻을 반영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해련/이상은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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