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뮤지컬 작품의 좋은 좌석 티켓을 구할 땐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 경쟁이 일상이 됐을 정도로 국내에서 뮤지컬의 인기가 높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뮤지컬의 '원조'라고는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뮤지컬의 역사는 어디서 시작되고 발전한 걸까.
<뮤지컬의 탄생: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뮤지컬 150년의 역사>(마인드빌딩)는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이 쓴 '뮤지컬 역사서'다. 대성 디큐브 아트센터 극장장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장 등을 지낸 고 원장은 뮤지컬 '맘마미아' '렌트' '명성황후' 등을 공동제작했다.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 투어 공연도 기획한 뮤지컬 전문가다.
이 책은 뮤지컬이란 장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부터 현재까지를 관통한다.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다양한 '프리 엔터테인먼트' 양식부터 2020년대 뉴욕과 런던의 뮤지컬까지 약 150년을 다룬다. 당대의 사회상과 정치·경제적인 상황이 뮤지컬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트렌드가 생기고 사라졌는지 등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밝혀 나간다.
뮤지컬은 세상 변화에 민감한 장르다. 공연 시장과 문화 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과 요소들이 뮤지컬 장르의 탄생과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귀족사회가 무너지고 권위주의 사회가 변화해 대중이 문화 주체로 등장한 19세기 후반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뮤지컬은 20세기 세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변화했다. 21세기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된 세계화의 과정도 뮤지컬 발전의 의미 있는 변수다. "뮤지컬은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성숙하는 시간과 함께 발전해 온 장르"라는 캐나다 뮤지컬 작가 맬 애트키의 지적도 흥미롭다.
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중요한 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나눈 7개의 장으로 이뤄졌다. 뮤지컬 이전의 프리 엔터테인먼트 시기(1장)에서 출발해 미국이 세계 최대 산업국가로 부상하며 뮤지컬이 대중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황금기를 맞이한 시기인 20세기 초반~제2차 세계대전까지를 2장과 3장에서 다뤘다.
사회 변동 속 침체와 변혁을 거듭했던 1970년대(4장), 신자유주의와 메가뮤지컬이 지배한 1980년대(5장), 1990년대는 산업화가 가속되던 디즈니의 뮤지컬계 등장을 의미 있게 살폈다(6장). 본문의 마지막 7장은 점차 다양해지는 뮤지컬의 흐름을 살핀 21세기 현재를 조명했다.
최근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넘어선 지 오래다.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대한민국 서울까지 전 세계에서 수십 개의 언어와 예술형식을 소화하며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저자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충실했고 변화를 적극 수용해 온 뮤지컬의 연대기를 다룬 이 책이 국내 뜨거운 뮤지컬 창작 열기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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