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자치연구원(KPA, 원장 이기헌)의 2023년 지방자치경쟁력 분석 결과 기초지자체 중 경기도의 시가 종합순위 10위 안에 8곳, 30위 안에 13개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경쟁력의 경기도 집중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게 KPA의 분석이다.
29일 KPA에 따르면 전국 226개 시·군·구 중 경쟁력이 가장 높은 시는 경기 화성시, 군은 전북 완주군, 구는 대전 유성구로 나타났다. KPA의 지방자치경쟁력 지표(KLCI)는 인구, 제조업, 일자리, 소비력등을 정부와 지자체 공식 통계 4만개를 종합해 산출한다. 경영자원(300점), 경영활동(300점), 경영성과(400점) 등 1000점 만점(종합경쟁력)으로 책정하는데, 상위권인 지자체가 경제와 관련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의미다.
KPA는 경기도 도시들의 약진이 최근 10여년 간 가장 도드라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엔 상위 10위 중 경기도 도시가 2곳에 불과했다. 2015년 4개, 2020년 6개에 이어, 올해엔 화성시를 선두로 평택시, 용인시(3위), 수원시(4위), 성남시(5위), 파주시(6위), 고양시(7위), 김포시(9위) 등 무려 8개가 종합순위권에 들만큼 '싹쓸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2010년 종합경쟁력 전국 1위~5위를 석권하던 강남구, 중구, 서초구 등 서울 자치구들은 풍부한 재정력과 사회간접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나, 서울시 세목이 조정돼 재정이 대폭 줄고, 시가지 확장 양상이 변화하면서 강세가 꺾였다고 KPA는 분석했다.
경기도 안에서도 2010년, 2015년 30위권 내였던 광명시와 오산시, 포천시는 2020년 이후 순위권에서 제외됐다. 반대로 하남시 (17위), 안양시(18위), 시흥시(21위), 이천시(22위) 등이 30위 안에 들었다.
비수도권의 경우 충청권은 2010년에 대전 유성구, 천안시, 대전 대덕구 등 3개 시·구가 종합 30위 안에 있었는데 2023년엔 아산시, 청주시(14위), 서산시(26위), 충주시(28위) 등 6개로 늘었다. 경상권은 30위 안에 2015년도 9개에서 2023년에 4개로 감소했고, 전라권은 2015년도에 3개 시에서 2023년도에 2개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PA는 "경기도 내 자치단체 중 제조업 기반이 확충되면서 화성시, 평택시, 이천시, 성남시, 파주시의 순위가 올랐고, 용인시, 평택시, 하남시 등에선 규모 있는 택지개발사업이 활발히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2010년 순위권에 있던 전남의 광양시, 여수시, 목포시는 2020년대 들어 광양시(2020년 28위, 2023년 29위)와 정원 박람회 등으로 부상한 순천시(2020년 22위, 2023년 20위)에 밀렸다.
상대적으로 발전도가 낮은 강원도에선 원주시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2015년도 28위, 2020년 23위, 2023년 8위로 발전되는 양상을 타나냈다. 춘천시가 28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2010년 부산 강서구와 중구가 20위권에 있었지만, 2020년 들어선 부산 자치구이 모조리 30위 안에서 밀려났다. 창원시(12위)와 진주시(19위)를 제외하곤 경남 김해시, 양산시, 거제시 등이 상위권에서 멀어졌다.
행정수도 이전과 교통의 발달, 수도권 팽창으로 인한 연담화(행정구역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으로 청주시, 천안시, 아산시가 발전하면서 충청권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비교적 큰 산업단지를 보유한 창원시(12위), 포항시(13위), 김해시(16위), 광양시(29위) 등은 30위권을 지켰다. 경상권의 거제시, 구미시, 전라권의 군산시, 여수시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지역산업의 침체, 기업이탈로 30위권 안에서 제외됐다.
KPA는 소비력 있는 인구가 뒷받침되는 창원시, 천안시, 아산시가 아직 경쟁력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주시, 나주시, 전주시 등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사업으로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자체도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역시 산하 대구 달서구, 광주 동구, 인천 남동구, 인천 중구 등은 도시의 노회화와 쇠퇴로 순위가 대폭 떨어졌다. 인천 서구(구 1위) 대구 달성군(군 3위), 대전 유성구(구 3위), 광주 광산구(구 2위), 등 광역시 산하 지자체의 순위는 대폭 올랐다.
인구와 산업규모면에서 사실상 시와 동일 선상에서의 경쟁력 비교대상인 울산 울주군(군 10위), 달성군(군 3위) 등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기헌 KPA 원장은 "일자리와 택지개발은 물론 광역교통망 확충에 따라 경기도가 팽창하면서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왜소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에 경기도 31개 시·군의 경쟁력지수 평균이 15개 시·도 중 1위에 오른 이래 5년간 가장 높은 단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2010년 11위, 2015년 7위, 2022년 4위에 오른 충청남도의 시·군은 올해 2위까지 오른 반면 2010년에 1위이던 서울의 25개 자치구의 경쟁력 평균은 2015년 6위 이후 작년과 올해 5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한 세종특별자치시와 수도권 연담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충남·충북은 상대적인 경쟁력 순위상승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경쟁력 순위가 낮아진 부산광역시는 2015년 이후 최하위권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록 KPA 정책연구실 연구기획팀장은 "도시를 지탱하는 건 일자리와 제조업이고 이런 지탱산업이 유지, 발전되고 있는 게 '용화평(용인·화성·평택) 보유한 포함한 경기도"라며 "반대로 10여년 이상 제조업에서 발전을 보이지 못하는 부산은 산하 자치구도 쇠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