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80만원에 영어·개발 능통"…인도MZ들이 한국에 온다면? [긱스]

입력 2023-12-07 09:20   수정 2023-12-08 12:32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미 실리콘밸리는 이미 인도계가 주름잡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인도 대학의 정보기술(IT) 교육을 거치고 영어에 능숙한 인물들입니다. 인도 인력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한 한국인 창업가가 인도 델리로 향했습니다. 사람이 부족한 국내 스타트업과 인도인을 잇는 비즈니스를 구상했습니다. 최근 시드(초기) 라운드에서 50억원 투자금 유치를 완료한 김정우 맥킨리라이스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인도의 교육열은 남다르다. 인구는 14억2575만 명(UN DESA 기준)으로 세계 1위인데, 고등교육은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로 꼽힌다. 명문으로 손꼽히는 인도공과대(IIT) 경쟁률은 1700대 1이 넘기도 한다. 대학은 IT 교육에 뛰어난 역량을 갖춘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영국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영어에 능통한 이들이 많은 점도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 입장에선 임금 수준이 높지 않으면서 영어와 개발에 능통한 인력이 많은 나라가 됐다.

미국 유학 생활을 거친 김정우 맥킨리라이스 대표는 일찌감치 이런 점을 파악했다. 2018년 학업을 끝내자마자 맨손으로 델리에 상륙했던 이유다. 창업 5년 차에 접어든 맥킨리라이스는 어느덧 자사 플랫폼에서 인도 현지에서 20만 명의 인력을 확보했다. 최근엔 사업 확장을 위해 5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김 대표는 “인도는 한강의 기적을 앞둔 잠재력 있는 나라”라며 “인도에서 협력 중인 현지 500개 대학과 함께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 고용 시장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강도·사기 이겨내게 한 인도 ‘황금 세대’

김 대표는 어린 시절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냈다. 이후 한국에서 대학을 입학하고 보니, 해외 취업이 복잡하고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역시도 한때는 디즈니 엔지니어를 꿈꿨던 학생이었다. “국가 간 채용 장벽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나이에 다들 실력도 같은데, 사는 지역이 다르다고 인생 경로가 바뀔 필요는 없잖아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노동법 등을 더 공부하고는 고민을 창업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변호사시험을 마친 다음 날, 사업을 함께할 대학 후배의 옥탑방에 찾아갔다. 공동창업자인 석승현 부대표 방이었다. 곰팡이가 자라는 원룸이 이들의 첫 사무실이었다. 글로벌 단위로 채용 장벽을 무너뜨리겠다는 큰 포부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좌충우돌 창업에 필요한 것은 경험이었다. 개발 인력도 모자랐던 김 대표는 ‘인도 개발자가 싸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인도행을 결정했다. 해외 노동 시장을 몸소 체험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변호사시험 합격 후 나온 마이너스 통장 1억원과 함께였다.

인도는 그에게 쉽지 않은 국가였다. 2018년 7월 델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 강도를 당했다. 경찰이 잡아준 택시였다. 3만원을 주고 풀려난 것이 첫날 경험이었다.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25배가 넘었다. 버텼던 이유는 인도의 매력적인 인력들 때문이었다. 그는 “인도의 젊은 세대는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세대들과 비슷했다”며 “현지에서 친해진 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2시간 운전해 오전 8시까지 출근하고, 저녁 8시에 퇴근하는 것을 보고 성실성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500개 현지 대학 협력…年 20만 ‘취준생’ 확보














그는 시장 스터디를 병행하며 인도 개발자를 고용해 돈을 벌었다.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외주 개발해 주는 일을 했다. 해외서 거주하며 사업을 펼치다 보니, 대금을 못 받는 등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남는 것은 있었다. 처음엔 20~30명을 데리고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현지 인력과의 접점이 늘어갔다. 그렇게 초기 자금을 번 지 3년이 넘어가던 시점에, 창업 아이템 방향을 완전히 확정 지었다. 지난해 초 ‘레드롭’ 플랫폼을 출시한 것이다.

출시 2년이 돼가는 레드롭은 인도 현지에서 연간 20만 명이 접속한다. 국내 기업이 채용 직무를 의뢰하면 현지인들이 지원하는 형태다. IIT, 국립공과대(NIT), 인도경영대(IIM) 등 최상위권 대학을 포함해 현지 500개 대학과 협약을 맺어 졸업생이 플랫폼을 쓰도록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발로 뛰며 만들어낸 현지 대학 연계는 ‘딜’ 같은 크로스보더 HR 플랫폼에도 없는 우리의 무기”라고 했다. 딜은 201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돼, 창업 3년차 기업가치 6조원을 넘어선 글로벌 채용 관리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은 플랫폼 편의성의 핵심축이다. AI는 지원자 이력서를 바탕으로 특기를 요약해준다. 개발자를 예로 들면, 이력서상 잘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보기 좋게 정리해주는 식이다. 비대면 면접 문제를 자동 생성하기도 한다. 지원자 수와 채용 소요 기간 등도 관리할 수 있다. 그렇게 뽑힌 직원은 맥킨리라이스가 마련한 인도 5개 도시의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한다. 플랫폼엔 현지 납세 서비스와 통역 지원 기능도 붙어있다.
영업·마케팅 인기 ‘쑥’…월급은 50만~80만원

최근 김 대표가 주목하는 흐름은 고객사 채용 직무 동향이다. 현대차 교보문고 등 기성 기업고객도 있지만, 맥킨리라이스를 찾는 업체는 주로 스타트업이다. 초기부터 백엔드(서버 개발), 프론트엔드(사용자 화면) 개발자 등을 찾는 이들이 대다수인 것은 당연했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다. 김 대표는 “영업·마케팅 직군을 찾는 비중이 갑자기 절반까지 치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고객 중 딥테크 스타트업이 많았던 상황이라 그 역시도 놀랐던 변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투자 혹한기가 찾아오며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스타트업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크다. 올해는 ‘돈맥경화’로 직원 구조조정에 나섰던 스타트업이 유독 많았다. 시장 상황은 맥킨리라이스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인 개발자는 170만원 정도면 채용이 가능하지만, 영업·마케팅 직군은 50만원에서 80만원 정도면 뽑을 수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해 담당자 영어 실력이 필요해진 업체들이 인도인을 찾기도 했다. 플랫폼엔 신입 채용이 60%, 경력 채용이 40% 비율로 신입이 더 많다. 글로벌 채용 플랫폼 탤런트닷컴에 따르면, 인도의 대졸 초임 평균 연봉은 32만5000루피(503만원) 수준이다.

김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외국인 채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다. 고객사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해외 인력과 함께 일하는 것을 꺼리는 업체는 여전히 많다. 변화가 있었다지만, 원격 근무에 편견이 있는 업체도 존재한다. “국내 기업을 만나보면 근태 관리가 부실하다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곳이 있다”며 “플랫폼에 모든 편의 기능을 담아, 마치 현지 지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맥킨리라이스는 지난달 뮤렉스파트너스, DS&파트너스, 원티드랩 등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현재도 일 년의 반 이상을 인도에서 보낸다. 그는 “현지에서 ‘인도판 링크드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차후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력도 수급해 한국과 미국, 중동까지 공급을 확대할 것”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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