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라임·옵티머스펀드 판매사 최고경영자(CEO) 제재를 최종 확정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에는 ‘3개월 직무정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게는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내린 반면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엔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각 CEO가 이번 제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박 사장은 올해 말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정 사장은 추가 연임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연임이나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사실상 직위를 내놓아야 하는 무거운 징계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로 나뉜다. 주의적 경고를 받은 경우엔 해당 징계 외에 추가적인 법적 제한이 붙지 않는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각 증권사의 역할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각 사의 징계 수위를 달리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과 대신증권은 라임펀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를 판매했다. 이중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은 펀드 운용사의 상품을 단순히 많이 가져다 판매하는 판매사 역할을 했다.
반면 KB증권은 라임 관련 펀드와 총수익스왑(TRS) 계약관계를 맺고 프라임브로커 자격으로 펀드를 판매했다. 안으로는 TRS를 통해 증권사가 대출(레버리지)을 일으켜 펀드에 자금을 제공하고, 바깥으로는 이 펀드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팔았다는 의미다. 금융위 등이 NH투자·대신증권과 달리 KB증권에 대해선 라임펀드의 운용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본 이유다.
당국은 2019년 1월 취임한 박 대표가 취임 직후 수개월간은 내부통제 기준 등을 정비할 시간이 있었으나 이를 간과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도 이같은 이유로 2020년 박 사장에 대해선 직무정지 제재를 한 차례 사전통보했으나 이후 징계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하지만 지난 8월 금감원이 라임펀드 사태 당시 일부 증권사와 운용사가 '특혜성 환매'를 해준 사실을 확인하면서 증권사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당국과 국회 등에서 제기되면서 징계 수위가 보다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KB증권은 라임 관련 펀드의 핵심 투자 구조를 형성하고, 관련 거래를 확대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며 “그런데도 투자자들에게 위험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같은 이유로 신한투자증권의 김형진·김병철 전 대표에 대해 각각 직무 정지, 주의적 경고 처분을 했다.
양홍석 부회장과 정영채 사장간 징계 수위가 다른 것은 당시 정 사장만 증권사의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신증권은 나재철 대표이사와 양홍석 사장 '투톱' 체제였다. 금융위는 이날 나 전 대표에 대해선 문책 경고를 확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 내부통제는 대표이사에게 책임이 있다"며 "양 부회장은 당시 대표이사가 아니라 보조자 격인 CEO였기 때문에 주의적 경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KB증권의 '경영공백'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박정림 사장과 김성현 사장이 각각 경영을 나눠 맡는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하고 있어서다.
각 증권사는 일단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로부터 정식 공문을 접수받지 못했다"며 "이후 공문의 내용 등을 보고 내부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사 경영진에 대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명시했지만, 준수에 대한 의무는 따로 부과하지 않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이를 근거로 2022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부실판매에 관한 문책경고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작년말 징계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옵티머스펀드 불완전판매에 관해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수탁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의 감시 책임이 소홀한 탓도 있다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는 세 증권사에 각각 과태료 5000만원씩도 부과했다. 이후 금감원이 각 사에 대한 별도 조치를 할 예정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EO는 단순 개인일 뿐“이라며 “개인에 대한 제재를 통해선 비슷한 사태를 막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자체에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하게 가하는 쪽이 훨씬 제재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정희원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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