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조장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이미 무수한 전문가가 지적해왔다. 핵심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다. 지금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어떤 형태로든 계약관계가 있어야 교섭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계약관계가 없어도 하청노조가 원청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업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뿐인가. 하청노조가 파업하면 원청은 기존 노조법에 따라 대체근로도 시킬 수 없게 된다. 그저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의 기준은 또 어떤가. 누가 진짜 사장인지, 어디까지가 사용자인지 혼란은 불 보듯 하다. 앞으로는 모든 공공기관 노조가 단체교섭 자리에 “기획재정부 장관 나와라” “대통령이 직접 나와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같은 맥락이다. 이대로라면 산업현장의 노사 자율은 없다. 매번 다툼이 벌어질 때마다 법원으로 달려가야 할 판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문제도 있다. 불법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책임져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사용자가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누가 불법행위에 가담해 어떤 행동을 해서,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사실상 노조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그냥 감수하라는 말이다.
이럴진대 정부는 망설이고 있다. 혹 총선을 염두에 둔 ‘신중모드’이라면 오산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정치는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정부가 노조법 개정안을 공포 또는 거부한다고 해서 옮겨 다닐 표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신중이 길어질수록 산업현장의 불안과 공포만 막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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