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호위’한 사람은 이날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임윤찬(19·사진)이었다. 지난해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이후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얻은 그 피아니스트, 맞다. 소속사가 임윤찬에게 경호원을 붙인 건 ‘열혈 팬’과의 접촉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이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임윤찬 팬클럽은 다른 클래식 연주자들의 팬클럽에 비해 열광적이다. 임윤찬이 나오는 공연은 티켓을 열자마자 동이 난다. 정상 판매가보다 10배 높은 암표가 나오기도 한다. 연주 당일에는 취소 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팬으로 창구가 북적인다. 임윤찬이 무대에 오르거나 연주가 끝날 때 객석에서 터지는 환호성은 아이돌 스타에 못지않다. “팝스타처럼 임윤찬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도 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는 과장이 아니다.
티켓 파워 측면에서 임윤찬과 쌍벽을 이루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팬클럽과도 성격이 다르다. 이런 ‘슈퍼스타급 인기’를 누리는 클래식 연주자는 해외에서도 거의 없다.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언드라시 시프, ‘21세기 피아노의 거장’ 다닐 트리포노프 등이 한국 공연 때 경호원을 요청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베를린 필 음악감독을 지낸 명장 사이먼 래틀과 일본의 인기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는 한국에서 지하철로 공연장을 오갔다.
전문가들은 ‘임윤찬 신드롬’의 이유로 출중한 연주 실력과 준수한 외모, 음악에만 몰두하는 순수함을 꼽는다. 그의 유튜브 영상과 기사엔 “일자무식인 나를 울린 유일한 피아니스트” “클래식만 틀면 잠들던 내가 이젠 출퇴근할 때마다 그의 연주를 듣는다”는 식의 글이 줄줄이 달린다.
음악에 대한 꾸밈없는 열정도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다. “제 꿈은 모든 걸 다 버리고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면서 사는 것”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우다시피 했다”는 인터뷰 기사는 임윤찬에게 ‘순수하면서도 신비로운 예술가’란 수식어를 안겨줬다.
일각에선 임윤찬을 향한 팬들의 큰 사랑이 향후 그가 성장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뛰어난 재능과는 별개로 임윤찬은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연주자”라며 “임윤찬이 ‘라이징 스타’를 넘어 세계적 거장으로 성장하려면 주변에서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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