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서울과 부산을 두 개의 축으로 하는 국토 균형발전 전략을 언급하면서 부산에 대한 인프라 구축을 차질 없이 지속할 뜻도 밝혔다.
○‘저의 부족’ 세 차례 언급한 尹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말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열심히 뛰었다”며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했다.윤 대통령의 발표는 시작 10분 전에 언론에 공지됐을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이 브리핑룸을 직접 찾아 특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10분 분량의 발표에서 윤 대통령은 ‘저의 부족’이라는 말을 세 차례 언급했다. 먼저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뛴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했다”며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느꼈던 (상대국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에서는 엑스포 유치 실패를 두고 불거진 ‘책임론’을 자신에게 돌려 불필요한 국론 분열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부산을 축으로 한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영호남 지역은 부산, 수도권·충청·강원은 서울 등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국토를)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다”며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부 지역에서 부산을 거점으로 모든 경제·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치 교섭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에 약속한 지원 방안도 이행할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 외교’라는 기조하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부산 “가덕도, 북항 재개발 차질 우려”
부산시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안병윤 행정부시장, 이성권 경제부시장 주재로 긴급 현안 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나윤빈 시 대변인은 “유치 과정에서 제시됐던 부산시의 핵심 사업들을 재점검하고 국비 확보 등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이날 회의에서는 가덕신공항과 북항재개발 사업 등 엑스포와 연계된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엑스포 무산이 자칫 관련 예산 확보의 걸림돌이 되거나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투표에서 탈락하더라도 재도전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놓은 부산시는 1차 투표에서 예상보다 큰 표 차로 떨어진 점에 난감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결선투표까지 가서 탈락했다면 재도전 여론이 자연스레 형성됐을 것”이라며 “결과가 좋지 않아 깊은 논의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오형주/부산=민건태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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