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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가 38조원에 이르는 오스트리아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이 29일(현지시간) 파산을 신청했다.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금융권에도 막대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주사 시그나홀딩 명의로 오스트리아 빈 법원에 파산신청을 접수하고 그룹 재편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그나그룹은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미국 등에서 부동산 개발 및 판매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자산가치는 270억유로 내외다. JP모간체이스는 시그나그룹 부채를 자산가치의 절반 가량인 130억유로로 추정했다.
로이터는 한 관계자를 인용해 시그나홀딩이 자산 가치가 204억유로에 달하는 최대 자회사 시그나프라임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투자자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시그나그룹의 파산은 유로존(유로를 국가 통화로 도입해 쓰는 지역)이 25년 새 가장 가파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린 여파라는 평가다. 차입비용이 오르며 개발 비용이 급증했고 부동산 가격은 급격히 떨어졌다. 시그나그룹은 독일 함부르크에 건설 중이던 64층 빌딩인 엘브타워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지난달 말부터 공사를 멈췄다. 독일 내 다른 5개 건설 현장에서도 공사가 중단됐다.
시그나그룹의 파산으로 독일 등 유럽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독일 부동산 컨설팅기업인 불비엔게사의 스벤 카르스텐센 분석가는 "시그나가 독일 중심부에 방대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파산으로 인해 독일 도시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그나그룹과 연결된 유럽 금융업계에도 막대한 파장이 예상된다. 스위스은행 줄리어스베어는 시그나그룹에 6억 스위스프랑(약 8800억원)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갖고 있다.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은행의 익스포저도 7억5500만유로(약 1조6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독일 바이에른주 지역은행인 바이에른LB, 독일 헤센주 헬라바은행 등도 시그나그룹의 주요 거래처로 꼽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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