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12월부터 종이값이 7~8% 가량 오른다. 각종 생산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국내 주요 제지업체들이 출판사에 가격 인상을 통보해서다. 종이값이 오르는 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30% 상승한 이후 1년여 만이다. 책값 상승 등 도미노 효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무림페이퍼, 한국제지 등 제지업체들은 최근 출판사들에 내년부터 인쇄용지 가격을 7% 가량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솔제지는 12월부터 인쇄용지 가격을 8% 올리기로 했다.
인쇄용지 가격이 인상되는 건 약 1년 만이다. 앞서 국내 제지업체들은 인쇄용지 가격을 작년에만 세 차례에 걸쳐 총 30%가량 인상했다. 한 제지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경기침체 등으로 종이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다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고 물가가 올라 인쇄용지 단가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올 들어서 한 번도 단가를 올리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펄프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남부산 혼합활엽수펄프 가격은 2022년 12월 말 월 평균 t당 103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올해 상반기 565달러까지 내렸지만 7~11월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11월에는 월 평균 t당 705달러를 기록했다.
출판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종이값이 오르면 책값도 올려하는데, 안 그래도 어려운 출판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돼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온라인 서점 무료 택배비 기준선이 오르면서 올해 책값을 올렸는데 또 다시 인상하면 독자들이 더 책을 외면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12월 들어서만 817권의 정가가 인상된다. 작년 12월 정가 인상된 책 규모(675권)에 비해 21% 늘었다. 2014년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 이후 서점은 출판사가 정한 책값을 10% 넘게 할인해 팔지 못한다. 출판사들은 출간한 지 12개월이 지난 책에 한해 진흥원에 등록 후 정가를 다시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엔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일본산 수입 종이를 권유하기도 한다. 한 출판사 대표는 "과거엔 국산용지보다 일본산 종이가 현저히 비쌌는데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비슷해졌거나 오히려 싸졌다"며 "최근 제지업체에서 일본산 인쇄용지로 갈아타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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