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30일 16: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유위니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유에이텍이 335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CB) 조기 상환 청구를 받아줬다. 골프장 등 주요 자산을 팔고, 대유에이피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가전 계열사에서 시작된 대유위니아그룹의 자금난이 고비를 넘기고, 진화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유에이텍은 조기 상환 청구가 들어온 335억원 규모의 28회차 CB를 상환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대유에이텍은 지난해 5월 채무상환과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400억원 규모의 공모 CB를 발행했다.
당시에는 무난히 CB 발행에 성공했지만 1년 4개월여 만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위니아전자를 시작으로 대유위니아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차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룹 전반으로 위기감이 퍼졌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지난달 조기 상환 청구 시점이 다가오자 대거 상환을 청구했다. CB 발행 총액의 85%가 넘는 금액에 조기 상환 청구가 들어왔다.
시장에선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이 이번 대유에이텍 28회차 CB 조기 상환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6일에는 이 CB 가격이 401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CB를 사서 조기 상환을 청구하면 약 두 달 뒤 기존에 정해진 보장수익률에 따라 1만307원을 받아 두 배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선뜻 매수에 나서는 이들이 없었다. 그만큼 시장에서 대유에이텍이 조기 상환에 대응하기 어렵고, 회사 자체가 쓰러질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유에이텍은 두 달 새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이달 초엔 경기 포천에 있는 36홀 골프장 몽베르CC를 3000억원에 동화그룹에 넘겼다. 지난 28일엔 코스닥 상장사 대유에이피 지분 37.66%를 디에이치글로벌에 매각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매각 가격은 369억원이다. 이 거래들을 통해 대유에이텍은 자금을 마련해 CB를 조기 상환했다.
시장에선 대유위니아그룹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망가진 회사는 빠르게 회생 절차를 밟고, 팔릴 만한 자산과 계열사는 적극적으로 매각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전 계열사는 포기하고, 자동차 부품 사업 중에서도 핵심만 남겨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게 대유위니아그룹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위니아전자가 가지고 있는 멕시코 공장과 경기 성남에 있는 대유위니아타워 종합R&D센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유위니아타워 종합R&D센터는 매각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멕시코 공장은 복수의 글로벌 가전기업과 매각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가 구속된 이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주요 자산 매각이 마무리되면 체불임금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결과가 나오는 남양유업과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면 이 역시 체불임금 변제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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