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2위인 KT가 일부 조직을 통폐합하고 임원을 16% 넘게 축소했다. 경영지원·법무·기술 최고책임자는 모두 외부 전문가에게 맡겼다. 지난해 초유의 비상경영 체제를 겪은 까닭에, 2년 만에 이뤄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다. 김영섭 KT 대표 체제의 첫 정기 인사다. 조직을 효율화하면서 준법경영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 쇄신·효율화 시동
KT는 30일 상무보 이상 임원을 410명에서 344명으로 16.1% 축소하는 내용의 ‘2024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상무 이상은 98명에서 80명으로 18.4% 줄었다. 임원에 준하는 상무보의 경우 312명에서 264명으로 줄었다.대표 사업부서에 해당하는 부문급을 9개에서 6개로 통폐합한 게 주요 변화로 꼽힌다. 경영기획부문,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 등 역할이 중복되는 사업부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 최고전략책임자(CSO)·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인사책임자(CHO)를 지원하던 조직(전략실·재무실·인재실)은 독립적으로 떼어 CEO 직속 스텝부서로 조정했다.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화하고, 중복되는 기능을 효율화해 조직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 정보기술(IT)부문과 융합기술원을 통합해 ‘기술혁신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신설한 기술혁신부문장(CTO·최고기술책임자)으로 오승필(53) 현대카드 부사장을 영입했다. 오 부사장은 2010~2014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2014~2016년 미국 야후를 거쳐 2016년부터 현대카드 디지털 사업을 챙겨온 IT 전문가로 알려졌다.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장에는 삼성SDS,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등을 거친 정우진(48) 전무를 영입했다.
○일부 낙하산 의혹 제기
경영지원·법무·윤리(감사) 최고책임자도 모두 외부 전문가로 진용을 꾸렸다. 부장검사 출신인 이용복(62)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가 법무실장(부사장)을, 임현규(59) 전 알티캐스트 신사업부문장 부사장이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을 맡는다. 윤리실장은 현재 물색 중이다. KT 관계자는 “한동안 발목을 잡던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객관적이면서도 공정한 외부전문가를 데려왔다”고 설명했다.다만 KT 안팎에선 일부 인사를 두고 ‘낙하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임 법무실장인 이 부사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국정농단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특검에서 함께 일한 동료다.
경영지원부문장에 오른 임 부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정책특보로 활동했다. 임 부사장은 2013년에도 KT비즈니스서비스추진실장으로 영입돼 낙하산 논란으로 말이 있었다. 그럼에도 임 부사장은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역량이 많아 등용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계열사 대표도 대폭 물갈이
네트워크와 영업 쪽은 내부 인사를 중용했다. 영업을 총괄하는 커스터머부문장에는 그동안 직무대리를 맡아왔던 이현석(57) 전무를, 네트워크 관리를 총괄하는 엔터프라이즈부문장에는 네트워크 전문가로 꼽히는 안창용(57) 대구·경북광역본부장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맡겼다.내주부터는 계열사 대표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계열사 대표 10여 명이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T클라우드, 케이뱅크, KT커머스, 스카이TV 등이 주요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KT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 역시 지난해 경영 공백사태 여파로 미뤄지면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T는 계열사 핵심 보직이 본사 퇴임 임원의 ‘2모작’ 자리로 활용되던 관행도 폐지하겠다고 못박았다. 전문성과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KT가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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