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투자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번엔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이다. H지수가 3년 내 고점 대비 반토막 나면서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투자자는 “원금 손실 위험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ELS 판매사가 사용자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지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다면 명백한 잘못이고, 법에 따라 처벌받을 일이다. 책임 소재를 따져본 후 배상도 해야 할 것이다. 노후 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하려는 고령자에게 ELS라는 고위험 상품을 추천·권유했다면 이 또한 비판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투자자들까지 원금을 보장하거나 투자 손실을 일부 배상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투자자가 자신이 내린 의사 결정에 대해 “은행 직원이 시키는 대로 서명했다”며 투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느냐는 얘기다.
ELS를 비롯한 투자 상품은 위험이 수익률과 비례한다. 사람들은 통상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큰 상품에 돈을 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선 위험을 감수하는 이에게 좀 더 많은 대가를 제시한다. 무위험 고수익 상품은 세상에 없다는 얘기다. 누군가 이런 상품을 약속했다면 약속한 행위 자체가 지탄받아야 한다는 점과는 별개로 일단 투자자가 의심하는 게 마땅하다.
H지수 ELS는 이미 손실 위험을 경고한 전례가 여럿 있었다. 2008년, 2015년에도 H지수 연계 ELS의 원금 손실 우려가 일었다. 자신이 가입하는 상품이 어떤지 확인하고자 했다면 투자 리스크를 알아보는 게 어렵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은행과 증권사 등에 투자 상품에 대한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투자자가 상세하고 정확한 설명을 요구해 들을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현 설명 의무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지적에도 일부 일리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에 여러 차례 가입한 고객의 투자 손실도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이익이 날 때는 꼬박꼬박 챙기다 손실이 나면 금융회사가 물어주는 선례가 잇따르면 금융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겠는가.
투자 실패는 누구에게나 속 쓰린 일이다. 이런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투자 상품의 구조와 리스크를 사전에 상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투자자에겐 상세하고 정확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투자자가 투자 결정에 앞서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부터 적극 행사하는 투자 풍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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